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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무대 뒤’에선… 탁현민 리허설 지휘ㆍ남북기자 취재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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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무대 뒤’에선… 탁현민 리허설 지휘ㆍ남북기자 취재경쟁

입력
2018.04.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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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서로 길을 안내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서로 길을 안내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 조우를 한 27일 ‘무대 뒤’에선 어떤 장면이 연출됐을까.

이날 경기 일산시 킨텍스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는 전 세계에 생중계된 방송화면에 채 담기지 않은 배경영상이 추가로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 따르면 오전 9시28분 두 정상이 조우하기 전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남측 공식수행원과 북측 수행원들은 두 정상을 기다리면서 가벼운 환담을 나눴다. 일렬로 나란히 선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어느 정도에 서서 기다려야 할지 등을 조율했다.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 만남을 기대하는 듯한 표정으로 서서 기다리고 있는 문 대통령의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남측 인사는 “여기서 기다렸다 (김 위원장이) 모습을 보이시면 내려가시면 됩니다”라고 안내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넘어 김 위원장이 시야에 들어오자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를 향했고,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 몇 걸음 뒤에서부터 문 대통령을 향해 손을 내밀며 걸어왔다. 군사분계선에서 두 정상이 얘기할 때, 뒤쪽에서는 김 위원장을 대동하고 온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부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이 일렬로 서서 기다리고 있던 남북 공식수행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행사 전 리허설을 지휘하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비서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탁 비서관은 카메라가 서야 할 위치, 두 정상에게 꽃다발을 전할 아이들의 위치 등을 직접 가리키며 분주히 남북 정상의 만남을 준비했다.

남측과 북측 기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중간중간 포착됐다. 이들은 한 데 모여 자신이 들은 내용이 맞는지,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두 화동이 정상들에게 전한 꽃에 대해 남측 기자가 “작약은 북, 유채꽃은 남을 상징한다”고 소개하자 북측 기자가 “아아”라고 하면서 수첩에 받아 적기도 했다. 남북 카메라 기자들은 ‘명당’에 삼삼오오 모여 하나라도 놓칠세라 바삐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자신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사다리에 올라 촬영하는 북측 사진기자도 있었다.

이날 판문점 평화의집 옥상에서 취재한 기자단에 따르면 이곳에서 역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남북 기자들 간 눈치싸움이 치열했다고 한다. 평화의집 옥상 난간 바로 옆에 북측 사진기자가 자리잡으려 하자, 남측 방송카메라 기자가 “가려서 안 된다”고 반발했고, 이에 북측 사진 기자가 “이 자리에서 꼭 찍어야 한다”고 맞서 결국 아쉬운 대로 조금 옆에 떨어져서 촬영하는 것으로 조율했다. 다만 심각하지는 않았고,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오찬 준비를 맡은 요리사와 직원들이 난간에 붙어 의장대 리허설 구경하다가 경호원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남북 정상 도착 전 대기 시간에 북측 사진 및 영상 기자들은 남측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남측 취재진이 우리 경호원에게 “정상 동선을 알려줘도 되냐”고 물었고, 경호원이 북측 취재진 향해 “모르고 오셨냐”고 물었다. 북측 기자들은 세세하게 김 위원장 동선을 파악하지 못한 듯 남측 취재진에 재차 확인했다. 남북 정상이 평화의집에 들어간 뒤에는 “식수는 몇시에 하느냐”며 오후 세부 일정을 묻기도 했다. 사전에 세부 일정을 공지 받은 남측 취재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남북 취재진 간에 오간 대화에서 남북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 남측 사진 기자가 북측 사진 기자에게 “펜기자”라며 동료를 소개하자 북측 기자는 “아~ 글기자”라고 반응했다. 북측 사진 기자가 남측 사진 기자에게 카메라가 무슨 종류인지, 몇 ㎜인지 물어보자, 남측 사진 기자가 “200㎜, 500㎜. 새로 나온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ㆍ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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