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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월성1호기 계속운전과 안전기준

입력
2015.03.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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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90%전후의 상당히 높은 가동률을 기록한 발전소다. 월성원전은 중수형 원자로로서 압력관 380개가 칼란드리아 실린더 용기에 수평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이 압력관이 중성자 조사 등에 의한 크립, 처짐으로 늘어나서 압력관이 양단 지지점을 이탈하게 되는 경우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교체하여야 한다.

높은 가동률로 운전한 월성 1호기는 30년의 수명만료 기간을 3년 앞두고 압력관의 수명이 다하여 2009년 4월 정지하고 2011년 7월까지 대규모 설비개선을 조기 실시했다. 낡은 설비를 교체한 이후 인허가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수명연장에 즉시 돌입하기 위한 목표로 진행되었고 이러한 대규모 설비개선을 승인한 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였다.

설비개선은 노후 압력관 및 제어용전산기 교체, 경년열화 설비 보강 등 노후설비 교체가 주로 시행됐고 일부 비상노심냉각계통 저압안전주입 자동화와 같은 안전계통 설비개선이 일부 수행됐으나 5,600억원 투입됐다는 설비개선에 노후 압력관 교체에 3,600억원이 투입되는 등 대부분 재가동에 필요한 노후설비를 교체한 것이며 안전성 개선을 위한 뚜렷한 수행 목표와 안전기준, 대 국민 사전설명도 없었고 지금도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료공개 조차 꺼리고 있다.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기준은 국민의 수용성에 기반하여야 한다. 안전성 개선을 위해 그나마 월성 2,3,4호기 수준에도 못 미치는 설비개선은 격납용기 안전기준인 R-7의 적용 여부에 대한 최근 논란에서 극명하게 들어난다. R-7의 적용여부가 충분히 검토되었으며, R-7 적용에 따른 월성 2,3,4에 설치된 설비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며, 월성 1호기 초기 설계단계에서 고려되었던 사용후연료 배출 관련 격납용기 압력경계 설계개념이 문제없다고 주장하다가 최근 인터뷰에서는 월성 2,3,4는 격납용기의 압력경계를 문으로 닫아 유지하고 1호기는 배기해서 유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배기설비는 후쿠시마 후속조치의 하나로 설치된 중대사고에 적용되는 설비로 현재 고려하는 설계기준사고 조건에서는 작동되면 안 되는 설비다.

배기설비를 설계기준사고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설계목적의 변경과 이에 따른 설계변경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는 애초 배기설비의 설계 안전기준이 불충분하게 고려되었다는 점을 의미하며 안전기준이 사전에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비부터 설치되었던 다른 후쿠시마 후속대책과 비슷한 경우이며,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역시 합리적인 안전기준이 사전에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가운데 표결 통과된 것을 의미한다. 최근 설치된 배기설비의 안전성 개선을 위해 또 다시 우왕좌왕 설계변경을 해야 한다면 이에 따른 불필요한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최근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원전의 안전문제는 극소수가 지배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돼서는 안 되는 분야이며 일방적으로 믿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표결로 얻어지는 것도 아닌 국민의 동의를 받는 합리적인 과정이라는 의지로 철저한 안전기준과 지침을 사전에 수립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안전을 추구하지도 못하고 결국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른 엄청난 국가적인 에너지 낭비가 불 보듯 뻔한데 내 돈 아니라고 이렇게 엉성하게 투자하면서 안전을 감당하지도 못할 바에는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옳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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