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는 투신 자살
새벽 시간 길을 가던 여성을 둔기로 마구 때린 20대 남성이 범행 후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이모(25)씨는 이날 오전 2시23분쯤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에서 귀가 중이던 A(25ㆍ여)씨의 뒤를 따라가다 눈이 마주치자 가방에서 장도리를 꺼내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렸다. 이씨는 범행 이후 “가만히 있으면 살려주겠다”며 A씨를 인근 골목으로 끌고 갔지만 A씨가 소리를 지르며 그의 손가락을 깨무는 등 저항하고 주변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그대로 달아났다.
앞서 이씨는 A씨가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한 뒤 택시를 잡아타자 렌터카로 뒤쫓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둔기에 맞은 A씨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도주한 이씨의 차량을 추적했으나 그는 범행 50분 뒤인 오전 3시15분쯤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뒤였다. 해당 아파트는 그가 살던 곳은 아니었다.
경찰은 ‘묻지마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둔기로 때렸지만 강도가 약하고 피해자가 통원치료가 가능한 수준의 부상을 입어 살인의 고의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 모르는 사이로 조사됐고, 금품을 빼앗으려 하는 등 범행 목적도 뚜렷하지 않아 경찰이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씨도 “모르는 사람이 뒤따라와 둔기로 머리를 내리치고 폭행했는데 (경찰은) 묻지마 범행이 아니라고 한다”며 “살해 동기가 없는데 그 시간에 둔기를 들고 다니겠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경찰은 가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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