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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우울증으로 자살 위험 높은 산모 99%가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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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우울증으로 자살 위험 높은 산모 99%가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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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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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과 가족에게도 부정적 영향

출산 전부터 조기 치료가 중요

2013년 출산한 산모 43만여명 가운데 최소한 10%가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다.
2013년 출산한 산모 43만여명 가운데 최소한 10%가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다.

아이를 낳은 뒤 산후우울증에 시달리는 산모가 10~20%로 추정되지만 우울증 관리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완정 인하대 아동학과 교수는 출산 여성 10명 가운데 6명은 출산 이후 5년 이내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출산 직후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산후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은 241명에 불과해, 2013년 출생아 숫자를 기준으로 추산한 산모 43만6,600명 가운데 최소한 10%(4만3,660명)가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면 불과 0.6%만 진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나머지 99.4%의 산모의 산후우울증은 방치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산후우울증은 여성 삶의 질을 떨어뜨릴뿐만 아니라 아이와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줘 아이의 정서, 행동, 인지 발달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가족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쳐 부부간 불화와 갈등을 초래해 가정 파탄을 일으키기도 한다. 방치하면 피해망상, 과다행동 등 심각한 정신병으로 이어져 자살 등 불미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캐서린 골드 미국 미시간대 의대 교수의 연구 결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임신부나 산모는 자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부 사망의 10%가 자살해 임신부 사망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산후우울증은 이처럼 산모를 포함한 가족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들도 잘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알고 있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하고 지나치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을 매우 꺼린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우리나라 모성 사망 가운데 산후 출혈이나 고혈압 질환은 감소하고 있지만 자살로 인한 모성 사망은 늘고 있다”며 “우리 정서상 산모 자살에 대해 숨기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실질적인 출산 후 자살률은 더 높을 것”이라고 했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산후우울증을 겪은 산모 가운데 50% 정도는 임신 중이나 이전에 이미 우울증 증세를 경험한다”며 “산후우울증을 관리하려면 출산 후뿐만 아니라 임신 중에도 산모의 우울증을 선별 검사를 통해 예측하고 조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중앙대병원은 최근 6개월 간 병원을 찾은 산모 가운데 검사에 동의한 산모에게 우울증을 선별 검사한 결과, 출산 직전 유의할 정도의 우울증상을 보인 산모가 29.4%였고, 이 중 14.7%가 심각한 우울 증세를 호소했다. 또한, 분만 후 산후우울증 선별검사인 에딘버러 산후우울증 검사를 한 결과, 분만 2주 후 40%의 산모가, 분만 6주 후 32.4%의 산모가 상담을 해야 할 정도로 우울증상을 보였다. 이 가운데 증상이 심각한 경우도 분만 2주 후와 6주 후에 각각 22.1%와 11.8%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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