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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알자회'

입력
2014.10.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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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취임 보름도 안돼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에 대한 전면적인 숙청을 단행했다. 군부 실세인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갈아치우는 것을 시작으로 수십명 고위 장성의 군복을 벗겼다.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의 군맥을 뿌리째 뽑은 ‘성전(聖戰)’으로 비유됐다. 합참 회식 때 하나회 장성이 “이게 군 개혁이냐!”라며 물컵을 집어 던지는 등 쿠데타 모의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숙군 작업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 하나회가 공식 해체된 이후 또 다른 군내 사조직인 ‘알자회’의 존재가 드러나 파문이 계속됐다. 군 당국은 조사에 착수해 알자회가 육사34기에서 43기까지 기수별로 10여명씩 모두 120명이 가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회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서로 알고 지내자’란 뜻에서 ‘알자회’라고 명명한 이 사조직은 육군 내 알짜배기 보직을 주고 받아 ‘알짜회’란 속칭으로 불렸다. 조직은 해체되고 가입자들은 진급과 보직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집중 관리 대상이 됐다.

▦ 7일 단행된 군 장성 인사에서 ‘알자회’ 출신인 조현천 사이버사령관이 기무사령관에 임명됐다. 군 핵심 요직인 기무사령관에 사조직 출신이 임명된 것은 하나회 숙정 이후 20여년 만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이미 해체된 조직이고 오래 전 일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의견과 “군의 단합을 깬 인물을 요직에 발탁하는 것은 잘못된 인사”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인사가 청와대와 국방부간의 충돌로 늦춰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 박근혜 정부 들어 기무사령관이 벌써 3번째 교체된 것도 이례적이다. 통상 임기가 2년 정도인데 1년도 못돼 연달아 경질됐다. 특히 이번에 바뀐 이재수 기무사령관은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와 육사37기 동기로 친분이 두텁다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22사단 총기난사 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에 책임을 물었다지만 해당 사단장들이 감봉 1개월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석연치 않다. 과거 사조직들의 인사 전횡은 거의 사라졌지만 최근에는 특정 인맥을 중심으로 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군부 동향을 청와대에 직보(直報)할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무사령관이 정권 내부 파워게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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