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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살아있는데 동생은… 여덟 달만 상봉 빨랐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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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살아있는데 동생은… 여덟 달만 상봉 빨랐더라면”

입력
2018.08.20 20:00
수정
2018.08.20 22:07
2면
0 0

 

 #1 

 87세 김진수 할아버지 

 북한의 조카부부 만나게 됐지만 

 막내 여동생은 부고 소식만 

 #2 

 1차 상봉단 남측 89가구 중 

 자녀∙형제 만남은 30가구 안 돼 

 나머지는 3촌 이상 가족과 재회 

 #3 

 상봉 신청자 절반 이상이 사망 

 생존자 85% 이상이 70대 이상 

 “한시라도 빨리 한 풀어줘야” 

[저작권 한국일보]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남측 1차 상봉단 이금섬(92) 할머니가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이금섬 할머니는 아들과 손자며느리를 만날 예정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남측 1차 상봉단 이금섬(92) 할머니가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이금섬 할머니는 아들과 손자며느리를 만날 예정이다.

‘1년만, 아니 여덟 달만 빨랐더라면…’

20일 금강산으로 향하는 김진수(87) 할아버지는 자꾸만 흘러간 시간을 되새긴다. 마침내 이산가족 상봉단에 포함돼 북쪽의 조카 부부를 만나게 됐지만, 고향 황해도 연백에 두고 온 3남 1녀 중 막내 여동생은 긴 세월 끝에 부고 소식으로 돌아왔다. 남편과 3형제를 남으로 보내고 북에 남았던 어머니도, 어머니가 어떻게 살다 가셨는지 두 손 맞잡고 그리워해줄 여동생도 이제는 없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아쉽다. 김진수 할아버지는 “금년 1월에 갔다고 하대…나는 아직 살았는데”라며 먹먹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진수 할아버지처럼 이번 상봉에서 직계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상봉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1차로 방북하는 남측 상봉단 89가구(총 197명) 중 북녘의 자녀를 만나는 가족은 7가구, 형제ㆍ자매와 재회하는 이들은 20여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조카 등 한번도 보지 못한 3촌 이상의 가족을 만나게 됐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을 기준으로 삼아도 남북의 가족들이 헤어진 지 65년이 흘렀기 때문에 빚어진 비극이다.

이산가족이 고령화된 모습은 상봉 현장에서도 느껴진다. 휠체어 이용자 등 고령자가 많아지다 보니 이번에는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할 때 버스에 탑승한 채로 통행검사를 진행했다. 통일부는 “고령자가 늘어난 상황을 고려해 1,2차 행사 모두 의료진과 소방 인력 30여명이 동행한다”며 “응급환자가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해 금강산 현지에 긴급 후송체계를 갖춰 놓았다”고 밝혔다.

이산가족 신청자 중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어르신들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이산가족 신청자 13만2,603명 중 사망자는 7만5,741명에 달한다. 생존자(5만6,862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인 80대(41.2%)를 비롯, 이산가족 1세대로 꼽히는 70대 이상이 85%에 이른다. 반면 21차례 상봉 행사 동안 북녘 가족을 만난 우리 측 신청자는 2,100여가구에 불과하다.

남은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선 한시라도 빨리 상봉 정례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처럼 이벤트 성으로 상봉이 이뤄질 경우 1회당 최대 197가구(2006년 6월 제14차 상봉)를 넘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상봉 정례화 방안으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상시화가 논의되지만, 면회소 유지ㆍ관리를 위해선 유엔 대북제재 예외 인정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이를 간소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면상봉 행사 외에 비대면 상봉 방식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대면상봉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 기본적인 생사 확인과 화상, 서신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한 간접상봉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에는 20여개의 화상 상봉장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복적 해결을 위해 생사확인과 상봉 정례화, 성묘, 화상상봉, 고향방문 등을 (북측에) 제안했으나 합의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ㆍ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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