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현성 기자

등록 : 2018.05.16 04:40

“文총장, 안 하겠다던 수사지휘권 행사” 수사단ㆍ검사의 직격탄

등록 : 2018.05.16 04:40

“채용비리 수사 일절 지휘 않겠다”

수사단 출범 당시 약속 뒤집어

검사장급 2명 기소대상 포함되자

조직부담 우려 태도 변화 가능성

“수장 지휘권 발동은 정당” 의견도

양부남 광주지검장. 연합뉴스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 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무일 검찰총장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외압 의혹 수사에 개입했다는 수사단과 현직 검사의 내부 폭로로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대검 간부 등 검찰 고위 인사의 부당한 수사 개입 관련 기소 방침과 검찰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신병처리 대목 등 민감한 사안에 검찰수장이 스스로 밝힌 것과 달리 수사지휘권을 발휘했단 논란으로 적잖은 파문이 일고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장인 양부남 광주지검장은 15일 문 총장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우선 문 총장이 올 2월 수사단 출범 당시 일절 지휘를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아놓고 “올 5월 1일부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수사단이 꾸려진 게 지난해 춘천지검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주임검사였던 안미현 검사의 수사 외압 폭로가 계기여서 문 총장은 수사 독립성을 약속했다. 서지현 검사 폭로로 발족한 성추행 진상조사단에 주 단위 지휘를 내린 것과 다른 이유였다.

문 총장이 태도를 바꿔 수사지시를 내린 데는 수사단이 판단한 현직 검찰 고위 간부의 직권남용죄 성립에 의문을 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기소 대상이 총장 측근인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전 춘천지검장) 등 검사장 2명이어서 검찰수장으로서 두고 볼 수 없는 사안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검은 “수사와 관련해 법리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또 수사단에 따르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신병처리를 두고도 문 총장은 수사단에 제동을 걸었다. 검찰 내부 인사로 구성된 전문자문단을 구성해 심의를 받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단이 보안 문제를 들어 반대해 권 의원 구속영장은 내부 심의 없이 청구키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외압 부분과 연결된 범죄사실 범위 특정을 위해 현재 영장 청구가 보류중인 상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문 총장이 수사 공정성을 의식해 지휘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수사 본격화로 대검 차원의 면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 생기면서 개입 논란을 빚게 된 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

물론 법적으로나 당위적으로 최근 문 총장의 수사 지휘는 정당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결과 보고가 올라온 뒤에 총장의 지휘권 발동은 문제가 없는 것”이라며 “수사 과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과 혼동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론 보고 이후 지휘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문 총장이 수사단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외부 인사 주축) 소집 요청을 반대하면서 고검장ㆍ지검장으로 구성된 내부자문단 심의를 거치라고 지시했다가 수사단이 반대하자 외부 전문가를 포함키로 한 점도 논란이다. 이로 보면 문 총장이 수사심의위 판단보다는 전문 법률가들만 모인 그룹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변호사ㆍ교수 등 외부인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검찰 밖 시선으로 평가를 받아보자는 취지에서 문 총장이 올 1월 도입했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인사 불이익 의혹 사건은 수사심의위에 올렸지만, 이번 사건은 또 달리 본 것이다. 문 총장 지시로 올 4월부터 사건 처리에서 이견이 있으면 서면으로 남기는 제도가 시행 중이어서 이번 사태의 구체적인 경위가 문서로 남겨졌을 가능성이 있다.

대검은 올 3월 수사단의 대검 반부패부 압수수색 당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검은 압수수색 필요성이 없다고 반발했지만, 수사단은 채용비리 사건 지휘라인인 대검 반부패부장과 선임연구관, 수사지휘과장, 연구관의 서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와 신병처리 사안으로 민감한 때에 ‘굳이 치고 들어와야 했냐’는 게 대검의 속내였다. 안 검사도 이날 “대검이 압수수색을 저지했다”며 대검 수뇌부의 수사 방해 의혹을 제기했다.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는 작업(포렌식)이 압수수색 이틀 뒤인 17일에 진행돼 증거인멸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단 관계자는 “MB수사를 고려해 주말에 포렌식을 원만히 했고, 증거인멸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검란 사태로 번진 이상 문 총장의 개입이 정당하냐, 부당하냐에 대한 진상조사는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누가 하느냐가 문제로 남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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