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태무 기자

등록 : 2016.04.11 04:40

사설학원이 시험 출제… 지역인재 공시 구멍

7급 문제ㆍ해답 유출 신뢰성 타격

등록 : 2016.04.11 04:40

출제 학원도 시험 치르는 대학도

모두 보안 체계 엉망 드러나

혁신처 “모의시험 통한 선발보다

면접ㆍ수상실적 등 보완 검토”

비슷한 9급 시험도 살펴보기로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치러진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응시생들이 고사장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청사에 침입해 합격자명단을 조작한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선발시험’ 수험생 송모(26)씨가 1차 선발시험에 해당하는 시험의 문제지와 해답지까지 훔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선발 과정 전반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엄연한 국가공무원 시험을 사설학원에 출제하도록 하면서도 관리감독은 전혀 하지 않고 있어 선발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역인재 선발제도는 공직사회 지역 균형성 강화를 목적으로 국가공무원 7급과 9급 선발에 도입돼 시행 중이다. 이중 2005년 도입된 7급 선발시험은 서류전형- 필기시험인 공직적성평가(PSAT)- 면접 순으로 진행되며, 4년제 대학 상위 10% 이내 학과성적, 영어능력검정시험 성적(토익700점 이상 등),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성적(2급 이상)을 기준으로 응시자격을 준다.

◆직급별 지역인재 선발 규모

지역인재 선발 규모2013년2014년2015년2016년
7급90명100명105명110명
9급119명140명150명160명

문제는 일반 공무원 시험과 달리 각 대학에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는데도 관리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각 대학은 PSAT 모의시험 등으로 1차로 응시생을 선발해 혁신처에 추천하고, 공무원시험 학원에 PSAT 모의시험 문제 출제를 의뢰했다. 혁신처는 대학에 1차 추천권을 주는 이유에 대해 “지역인재 선발 의미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재량권만 주고 보안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선량한 응시생만 피해를 입은 꼴이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인터넷에서 PSAT 모의시험을 출제하는 학원들을 검색한 뒤 교직원을 사칭, 전화를 돌려 대학 측이 출제를 맡긴 것이 서울 신림동의 한 공무원시험 전문학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해당 학원을 직접 찾아가 문제지와 해답지를 빼냈는데 사설 학원에는 이렇다 할 보안 자체가 없었다. 문제지를 보관한 학원 2층 사무실 데스크 뒤 강의실 문은 잠금장치 하나 없었고, 휴일 혼자 학원을 지키던 여직원이 화장실에 간 사이 송씨는 범행을 저질렀다. 문제지와 답안지는 봉인도 안 된 상태로 보관돼 학원 측은 매수 확인도 안 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해당 대학도 평소 교직원과 학생 출입이 잦은 대학본부 1층의 한 사무실에 문제지와 해답지를 보관했다. 이 사무실에는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송씨가 학원에서 문제지와 해답지를 빼돌리지 못했다면, 학교에서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었다. 혁신처는 이런 문제점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혁신처는 뒤늦게야 실태점검을 통해 지역인재 7급 시험을 보완한다는 입장이다. 대학에서 치르는 모의시험에 대한 보안 강화와 함께 교내 수상실적과 봉사실적 등을 토대로 한 추천심사위원회의 평가를 장려하는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

관련 전문가는 “PSAT 모의시험도 정부 주관 시험의 일부라는 사실을 혁신처가 깨닫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역인재 9급 선발시험도 채용절차가 7급 선발시험과 상당부분 같은 만큼 함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혁신처 관계자는 “각 대학에 보내는 응시생 추천 매뉴얼에 모의시험보다는 면접 등을 통한 선발을 독려하는 것을 포함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7급 선발시험 규정보완 후 9급 선발시험의 문제점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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