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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베수비어스 (8.24)

입력
2017.08.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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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유적지 너머로 베수비어스 화산이 보인다. en.wikipedia.org
폼페이 유적지 너머로 베수비어스 화산이 보인다. en.wikipedia.org

폼페이시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남서쪽 네이플스(Naples)만에 면한 항구도시로, 비옥한 캄파니아 평야를 끼고 농업ㆍ상업 중심지로 번창했던 제정 로마의 도시였다. 항구와 화산활동으로 생긴 가파른 구릉들이 이룬 그림 같은 풍경을 품어, 로마 귀족들의 피서ㆍ피한 휴양지로 인기를 누렸다. 1세기 무렵 도시에는 호화로운 별장들이 즐비했고, 인구도 최대 2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서기 79년 8월 24일 정오 무렵, 도시 북쪽 베수비어스(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다. 1,800년 만의 그 분출은, 화산 폭발 가운데에도 위험한 유형에 속하는 플리니안 분출, 즉 용암 분출이 아니라 고열 가스와 마그마 화산재가 거대 기둥을 이뤄 솟구친 뒤 식어 부석 형태로 폭우처럼 쏟아지는 폭발이었다. 돌이 날아드는 속도는 시속 180km에 이르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분출이 초당 10만 톤의 마그마와 화산재 등을 쏟아내며 약 18시간 동안 이어졌다. 폼페이 시는 3.5~4m 깊이의 돌과 화산재 속에 파묻혔고, 그 위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화산재가 지속적으로 쌓였다. 도시는 약 2,000여 명의 주민과 함께 거대한 타임캡슐 안에 갇혔다. 그들은 날아든 부석에 맞아 숨지거나 화산가스에 중독되거나 집으로 대피했다가 질식사했다. 화산재에 갇힌 이들은 화석이 되거나 긴 세월 동안 부패해 거푸집 형태의 빈 공간을 남겼다. 그 참화는 플리니우스 등이 남긴 기록으로 전해졌다.

1709년 4월 한 수도원 인부의 우물 작업 도중 옛 전설의 도시 일부가 세상에 드러났다. 18,19 세기의 유럽의 고고학자들이 발굴을 시작했다. 그들은 화산재 속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넣어 유기체- 인체와 동물 나무 등-의 형태를 캐스트 석고상으로 구현했고, 옛 도시의 집과 신전, 광장과 극장과 회화와 조각과 장신구 등을 캐냈다. 그 작업은 약 80%의 공정률을 보이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근년의 연구에 따르면 베수비어스 화산 폭발은 더 거대한 규모로 3,790여 년 전에 일어나 기원전 청동기 시대의 유적도 고스란히 품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베수비어스가 아직 죽지 않은 화산이므로, 그와 유사한 새로운 폭발이 나폴리 일대를 위협할 수 있고, 주기도 가까워지고 있다는 경고도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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