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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신형 폰 사전 유출은 누구의 ‘작품’인가

입력
2017.08.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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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8ㆍV30ㆍ아이폰8도

피해갈 수 없는 추정 이미지

신제품 출시 앞둔 제조사는 딜레마

한편으론 시장 관심의 표현일수도

해외 SNS 이용자(@OnLeaks)가 공개한 LG전자 V30 추정 이미지.
해외 SNS 이용자(@OnLeaks)가 공개한 LG전자 V30 추정 이미지.

신제품은 제조업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마지막까지 꼭꼭 숨겼다 출시 때 멋지게 발표해 시장에 극적인 충격을 안기고 싶어합니다.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신형 스마트폰도 똑같지만 최초 공개(언팩)까지 제조사의 바람이 실현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언팩이 예정된 삼성전자의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 추정 이미지는 이미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차고 넘칩니다. 오는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언팩을 하는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V30, 다음달 중 발표가 점쳐지는 애플 아이폰8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DesaiRaj414)가 공개한 갤럭시노트8 추정 사진. 트위터 캡처
한 트위터 이용자(@DesaiRaj414)가 공개한 갤럭시노트8 추정 사진. 트위터 캡처

보통 언팩 한달 여 전부터 신형 스마트폰 추정 이미지들이 쫙 퍼집니다. 이 시기는 컴퓨터로 정교하게 그린 랜더링 이미지가 대부분입니다. 신형 스마트폰의 특징 몇 가지를 파악한 뒤 최근 제품과 언팩 초대장 등을 참고해 만든 실물 사진 같은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신제품에서 기술의 퇴보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가령 갤럭시노트8의 디스플레이는 전면 홈 버튼까지 없애며 베젤(테두리)을 최소화한 갤럭시S8보다 진보하거나 최소한 그 정도는 될 겁니다. 역대 갤럭시노트 모서리가 갤럭시S 시리즈보다 각이 살아있었다는 점을 감안하고 삼성전자가 후면에 처음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 실물 못지 않은 랜더링 이미지가 나올 수 있습니다.

V30도 LG전자가 처음으로 곡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이고, 올 상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G6처럼 ‘풀비전’ 적용이 분명하기 때문에 유사한 이미지가 가능합니다. 최근 해외에서 떠도는 V30 추정 이미지는 LG전자가 지난 3일 공식 발표한 실제 V30 하단과 비슷합니다.

LG전자가 지난 3일 공개한 V30 전면 하단. OLED 풀비전이 적용된 디자인이 SNS에 떠도는 추정 이미지와 유사하다.
LG전자가 지난 3일 공개한 V30 전면 하단. OLED 풀비전이 적용된 디자인이 SNS에 떠도는 추정 이미지와 유사하다.

랜더링 이미지 시기가 지나고 언팩이 가까워질수록 실물을 찍은 사진이 하나 둘 등장합니다. 그러다 언팩이 임박하면 사실상 마구 올라옵니다. 최근 패턴이 거의 다 이렇습니다.

실물 사진의 경우 국내보다는 해외에서의 유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이나 LG전자의 국내 디자인 또는 연구개발(R&D)센터를 가본 사람들은 보안이 얼마나 빡빡한 지 알 겁니다. 개발에 관련된 직원들은 물론 사전에 신제품을 보게 되는 고위 임원들까지 기밀유지 서약서를 쓰곤 합니다. 뭐 그렇다고 맘만 먹으면 못할 일은 아니지만 모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사전에 유출된 것은 못 봤고, 설사 유출돼도 출처 파악이 해외보다는 용이하다”고 했습니다.

트위터 이용자(@VenyaGeskin1)가 지난 2월말 공개한 화면이 켜진 상태의 갤럭시S8 추정 사진(왼쪽)과 한달 여 뒤인 올해 3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최초 공개된 갤럭시S8 사진.
트위터 이용자(@VenyaGeskin1)가 지난 2월말 공개한 화면이 켜진 상태의 갤럭시S8 추정 사진(왼쪽)과 한달 여 뒤인 올해 3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최초 공개된 갤럭시S8 사진.

해외 시장은 사정이 다릅니다. 신형 스마트폰들은 보통 언팩을 하고 10여일 지나면 국내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유통됩니다. 해외에서 팔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전파 인증을 받아야 하고, 현지 이동통신사 망에서 테스트가 필수적입니다. 오픈마켓 위주의 시장에서는 현지 대형 유통업체들에도 완제품을 보냅니다.

여기에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케이스를 비롯해 액세서리도 시장에 풀려야 합니다. 사전에 완벽한 디자인을 제공하지 않으면 케이스 제작은 불가능합니다. 방송과 지면 광고, 각종 홍보물, 이벤트 등 마케팅도 미리 준비해야 하니 언팩이 가까워지면 전 세계에서 신제품을 접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해외 매체에서는 공장에 정보원을 심어 이미지를 확보한다는 얘기까지도 있습니다. 이러니 유출 경로를 찾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제조사도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지 이통사나 유통업체는 신제품을 사주는 고객들이고 관련 정보를 접하는 이들 모두 사실상 같은 배를 탄 입장입니다. 유출 경로 추적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출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아이폰8 추정 랜더링 이미지. 벤자민 게스킨 트위터 캡처
아이폰8 추정 랜더링 이미지. 벤자민 게스킨 트위터 캡처

사전 유출이 꼭 독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전에 없던 혁신적인 디자인이나 기능은 출시 전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합니다. 올해 4월 21일 출시된 갤럭시S8는 한달 전부터 거의 비슷한 이미지가 돌았지만 “완벽한 디자인”이란 극찬 속에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탈환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요즘은 사전에 신형 스마트폰 이미지가 유출 안 되는 게 더 신기한 일이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유출 대상은 소비자의 관심이 뜨거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한정됩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딜레마입니다. 출시 전 흡사한 이미지가 돌아 다녀도 골치 아프고, 반대의 경우라면 시장의 관심이 적다는 시그널일 수 있습니다. 중저가폰이나 브랜드 파워가 약한 제조사의 신제품은 추정 이미지조차 떠돌지 않으니까요.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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