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은별 기자

등록 : 2017.10.23 04:40
수정 : 2017.10.23 18:31

개에 물리면… 피해자만 억울한 한국

등록 : 2017.10.23 04:40
수정 : 2017.10.23 18:31

사망사고에도 2년 이하 금고형

영국은 최대 징역 14년 선고

맹견 피해 사고 작년 2000건 폭증

최시원 프렌치 불도그 사고 이후

“관리 강화하라” 국민청원 폭증

지난달 30일 서울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 씨가 슈퍼주니어 멤버 겸 배우 최시원 가족의 프렌치불도그에 물리는 모습. 당시 개는 목줄이나 입마개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SBS 캡처=연합뉴스

유명 음식점인 한일관 대표 김모(53)씨가 가수 겸 배우인 최시원씨 가족이 키우던 개에 정강이를 물린 뒤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등 반려견, 특히 맹견에 의한 인명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법 미비에 따른 관리 부실이 주된 사고 원인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최씨 가족이 키우는 프렌치불도그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탑승해 있던 김씨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왼쪽 다리를 물었다. 목줄도 하지 않고, 입마개도 없었던 탓이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패혈증을 진단 받고 통원치료를 받다 엿새 만에 사망했다. 정확한 원인조사를 하지 않아 패혈증 유발 원인이 개에 물린 때문인지 확실치 않으나 유족은 법적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 양육이 늘면서 덩달아 인명사고가 폭증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견 물림사고’는 2011년 245건에서 2014년 676건, 이듬해엔 1,488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벌써 1,046건(8월 기준)이 접수돼 지난해 접수 건수(1,019건)를 넘어섰다. 소방청은 지난해 개에 물리거나 관련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가 지난해만 2,111건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경기 시흥시 한 아파트에서 한 살 여아가 집안에서 키우던 진돗개에 목 부위를 물려 숨졌고, 7월 경북 안동시에서도 70대 여주인이 풍산개에 물려 사망하는 등 맹견에 의한 물림 사고는 인명피해 정도가 크다.

하지만 사고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동물보호법에서는 ‘월령 3개월 이상 맹견 동반 외출 시 목줄 및 입마개를 착용하라’고 명시하고 있으나, 단속이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어겨도 50만원 이하 과태료에 그친다. 인명사고 발생시 견주에 대한 처벌 강도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약하다. 형법상 과실치상, 과실치사를 적용하는데, 과실치상의 경우 500만원 이하 벌금과 구류 또는 과료, 과실치사는 2년 이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하다. 더욱이 과실치상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 가해자 처벌을 할 수 없다. 최시원씨 가족 맹견 사건도 이런 이유로 경찰 개입 없이 마무리됐다. 반면 영국은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 등을 통해 개가 물어 사람이 다치거나 숨질 경우 각각 최대 5년, 14년 징역을 개주인에게 선고한다.

관련법상 ‘맹견’ 규정도 부실하다. 농림축산식품부령 제275호는 ‘맹견’을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5종과 그 잡종으로 한정하고 있다. 최씨가 키우던 프렌치불도그는 맹견에 해당하지 않는 셈이다. 이 법에서는 ‘그밖에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를 맹견으로 보고 있기는 하나 개주인의 자의적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허술한 반려견, 맹견관리로 인한 사고가 폭증하고 있지만 당국이나 국회 움직임은 느리기만 하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이미 지난 9월부터 반려동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맹견관리법 제정’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최시원씨 가족 맹견 사고 이후 폭증하고 있다. 맹견의 사육관리를 제한하는 맹견관리법이 2006년과 2012년 발의됐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폐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 7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이 9월 맹견 관리와 어린이 및 다중이용시절에서의 맹견 출입 제한을 내용으로 한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하고 있지만 언제 처리될 지 기약이 없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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