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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KBS 이사장 "친일파 청산은 소련의 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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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KBS 이사장 "친일파 청산은 소련의 지령"

입력
2014.09.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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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잡자는 이승만 제의를 박헌영이 거절한 이유" 주장

해방직후 최우선 과제를 폄훼… 편향·왜곡된 역사관 논란

이인호 KBS 이사장이 23일 전경련에서 강연하는 모습. 최민희 의원 제공
이인호 KBS 이사장이 23일 전경련에서 강연하는 모습. 최민희 의원 제공

이인호 KBS 이사장이 해방 직후의 친일파 청산을 소련의 지령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이사장이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우리 역사 바로보기_진짜 대한민국을 말하다’ 강연에서 “친일파 청산은 소련에서 내려 온 지령”이라며 “공산주의 입장에서 보면 민족주의의 부르주아 세력을 약화시켜야 하는데 친일파 청산이 내세우기 가장 좋은 명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이승만 박사가 박헌영을 만나 ‘소련과 손을 끊고 나와 손을 잡고 하자’고 제의했으나 박헌영이 거절했다”며 “그때 박헌영이 ‘친일파 청산부터 해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그건 결국 소련에서 내려온 지령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발언 내용을 공개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이사장의 주장은 해방 직후 최우선 과제였던 친일파 청산 요구를 소련의 지령에 따른 공산주의자들의 분열책동으로 폄훼하는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며 “그의 주장대로라면 건국 이후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구성도 소련의 지령과 공산주의자들의 분열책동에 의한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의 발언과 관련해 이준식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대한민국임시정부도 친일파 청산을 주장했는데 이 이사장의 주장대로라면 이 역시 소련의 지령을 따른 것이 된다”며 “외눈박이 인식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일제 침략에 대해 “(우리가) 중국이라는 우산이 무너지니까 어쩔 줄 모르다가 재빨리 근대화 노선을 걸었던 일본의 먹이가 됐다”고 했고 해방에 대해 “일본이 연합국에 의해 패망하니까 해방됐고 우리가 틈을 타 독립국가로 태어날 여지를 조금 가지게 됐지 전체는 어디까지나 강대국의 의지에 따라 결정됐다”라고 주장함으로써 일제의 침략과 해방을 국제 역학관계에 의한 것으로 보면서 우리 민족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역사관을 드러냈다.

이 이사장은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역사관 등으로 논란을 일으켜왔으며 KBS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그 같은 역사관이 문제가 돼 이사회가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공영방송 이사장이 편향적이고 이데올로기적 발언을 서슴지 않아 자격이 의심된다”면서 “바꿔 말하면 편향되고 위험한 역사관을 가진 사람을 이사장으로 앉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이사장 측은 이날 강연과 관련해 “KBS 이사장이 되기 전에 일정을 잡았다”며 “역사학자로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강연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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