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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는 괘씸죄? ‘화이트 그래미’ 몇 가지 소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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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는 괘씸죄? ‘화이트 그래미’ 몇 가지 소문들

입력
2017.02.1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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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앨범상 18명 중 非백인은 단 4명

‘흑인vs백인’ 구도에선 번번이 백인이 수상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59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영국 가수 아델이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뒤 “이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경쟁 후보였던)비욘세”라며 트로피를 부러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59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영국 가수 아델이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뒤 “이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경쟁 후보였던)비욘세”라며 트로피를 부러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델의 의도와 무관하게, 그가 12일 그래미 시상식장에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며 트로피를 두 동강 낸 퍼포먼스는 세계 최대 규모,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음악 시상식이 처한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관련기사). 이날 그래미 3대 본상(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을 비롯한 5개 부문을 휩쓴 아델은 3대 본상 후보에 함께 올랐던 강력한 경쟁자 비욘세에게 앨범상을 헌정한다는 의미로 축음기 모양 트로피를 쪼개는 아량을 보여줬지만, 지난 한 해 전세계 음악팬의 오감을 뜨겁게 사로잡고도 그래미의 냉대(2개 부문 상은 받았지만)를 받은 팝스타의 심정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인지상정. 그래미가 비욘세를 제치고 아델을 편애한 이유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수록 “오로지 음악적 성취만을 평가한다”는 그래미의 자부심에도 크고 작은 금이 가고 있다.

그래미는 왜 아델을 택했나

아델과 비욘세의 엇갈린 성적표가 음악적 성취에서 판가름 났다는 분석은 찾기 힘들다. 재작년 그래미 본상 3관왕에 오른 두 번째 앨범 ‘21’ 이후 한층 깊어진 소울로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 아델의 ‘25’와, 흑인ㆍ여성 인권 보호와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힙합과 전자음악을 세련되게 결합한 음악에 실은 비욘세의 ‘레모네이드’는 각각 비교불가능한 완성도를 이뤄냈다.

그래미가 내세우는 ‘유일한’ 평가 기준에서 두 스타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보니, 다소 지엽적인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음반 판매량이 자연스럽게 승부를 갈랐다는 지적이 그 중 하나다. 아델의 ‘25’는 전세계적으로 2,000만장이 팔려 200만장 수준인 비욘세의 ‘레모네이드’를 압도했는데, 그래미 심사위원단 역시 널리 판매된 음반에 더 익숙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번 그래미 본상 후보에 저스틴 비버, 드레이크 등 힙합ㆍ팝 계열 후보가 많다 보니 이들과 장르가 겹치는 비욘세의 표가 분산됐다는 해석도 있다.

비욘세의 음원 판매 전략이 심사위원단의 ‘괘씸죄’에 걸렸다는 지적도 있다. 비욘세는 ‘레모네이드’ 출시 초반에 남편인 힙합가수 제이지가 운영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타이달)에 음원을 독점 제공했다. 이는 음반 제작사보다는 가수에게 이익이 더 많이 돌아가는 구조로, 음반업계 종사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그래미 심사위위원단이 이를 고깝게 여겼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아델은 ‘25’ 발표 후 2년 동안 스트리밍 서비스에 음원을 제공하지 않은 채 음반 단위로만 음악을 판매했다.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59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미국 가수 비욘세가 만삭의 몸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59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미국 가수 비욘세가 만삭의 몸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그래미’는 백인을 선호한다?

아델이 비욘세를 압도한 결정적 이유를 찾기 힘들다 보니 음악계에선 ‘그래미가 백인 뮤지션을 선호한다’는 이른바 ‘화이트 그래미’ 의혹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비욘세가 그래미 본상을 놓친 이유는, 지난해 세상을 뜬 흑인 팝스타 프린스가 걸작 앨범 ‘퍼플레인’을 내고도 1985년 그래미 시상에서 무관에 그친 이유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낭설로 치부하기 어려운 의심이다. 올해 수상자 아델을 포함, 2000년대 들어 그래미 앨범상을 받은 18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백인 아닌 수상자는 산타나(2000년 수상), 아웃캐스트(2004), 레이 찰스(20005), 허비 행콕(2008)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은 앨범상 유력 후보가 ‘흑인 대 백인’ 구도로 형성됐다가 번번이 백인 후보가 수상하는 일이 반복됐다. 흑인 힙합 뮤지션 켄드릭 라마는 2014년 프랑스 듀오 다프트 펑크, 지난해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각각 고배를 마셨다. 비욘세 또한 2015년 미국 백인 뮤지션 벡에게 왕좌를 내줬는데, 흑인 힙합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이에 반발해 시상식장에 뛰어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레모네이드’의 강한 정치적 색채 또한 보수적인 그래미를 불편하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록곡 ‘포메이션’은 미국 경찰의 흑인 총격 문제를 다룬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았고, 흑인 여성을 세상을 치유할 영적인 힘을 지닌 존재로 그린 곡도 있다. 흑인 래퍼 투팍의 전기를 집필 중인 작가 케빈 파월은 CNN에 “비욘세의 앨범이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면, 아델의 앨범은 강력하지만 안전하고 논란이 없다”며 그래미의 선택을 꼬집었다.

그래미가 보다 공정한 선택을 하려면 심사위원단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달 초 미국 음악전문지 빌보드와 인터뷰한 그래미 심사위원은 “심사위원단이 여전히 백인 남성 중심이고 나이도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그래미 심사가 음악산업계의 이해와 맞닿아 있다 보니 특정 장르나 뮤지션들이 상대적인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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