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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마더' 이보영이 흘린 눈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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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마더' 이보영이 흘린 눈물의 의미

입력
2018.03.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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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이보영은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어떤 역할이든 제 몫을 해내며 시청자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있다. ‘시청률 흥행 보증수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tvN 종영극 ‘마더’는 “시청률을 기대하고 선택하지 않았다”며 “엄마가 된 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했다. 극중 학대받은 아이 윤복(허율)의 엄마가 되는 수진으로 변신, 진한 모성애를 보여줬다.

이보영은 2013년 배우 지성과 결혼, 현재 30개월 딸 지유를 키우고 있다. 결혼 후 아동학대 관련 기사만 봐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불편하지만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더’는 4~5%대로 시청률이 높지 않았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연출로 호평 받았다. 다음달 4일부터 열리는 제1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CANNESERIES, Cannes International Series Festival) 공식 경쟁부문에 한국 드라마 최초로 진출하는 성과도 이뤘다.

-결혼 후 첫 인터뷰다.

“2013년 ‘내 딸 서영이’ 종영 인터뷰 후 5년 여 만이다. 결혼 후 작품을 꾸준히 했는데 타이밍이 조금 안 맞았다. 모든 삶의 중심이 아이 위주로 돌아가게 됐다. ‘마더’는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서 인터뷰하게 됐다.”

-엄마가 된 후 달라진 점은.

“아이를 낳으면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러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난 나쁜 엄마인가?’ 반성을 많이 했다.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도 ‘엄마는 이래야 된다’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더라. ‘엄마라면 수유는 당연히 해야 된다’는 식이다. 같이 맞벌이 하는데, 왜 남편은 해주는 거고 난 안하면 이기적인 엄마가 되는 건지. 아이랑 나도 가까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빠들에겐 아이와 가까워지는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냐. 반면 엄마에겐 무조건 강요해 반발 심리가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딸이 정말 예쁘고 하루하루 쌓아가는 시간이 소중하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면서 아동 학대 기사가 눈에 띄었고 볼 때마다 울었다.”

-‘마더’는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었다.

“제작사에 먼저 하고 싶다고 연락했다. 방송일자가 다가오니까 덜컥 겁이 나더라. 원작이 정말 뛰어났는데, 왜 하고 싶다고 했을까. 엄마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만 원작을 뛰어 넘을수 없을 것 같더라.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원작을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 진심이 통해 호평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촬영하는 내내 정말 행복했다. 다시 이런 현장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칸 진출했는데.

“완전 좋다. 율이한테 ‘이모는 20년 만에 처음인데 넌 대단하다’고 했다. 사실 시청률 기대는 안했지만 많은 분들이 봐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칸 진출 소식을 듣고 누군가 알아줬다는 생각에 힘이 많이 났다. 근데 그 칸이 뭔지 잘 모르겠다. 갔다 와야 알 것 같다(웃음).”

-아동학대 받는 윤복(혜나) 역의 허율이 힘들어하지 않았나.

“이 아이는 학대받는다는 의미를 모른다. 쓰레기통 안에 들어가는 신을 걱정했는데, 숨바꼭질이라고 생각하더라. 학대 받는 신은 이미지 컷으로 찍었다. 혜나는 연기가 재미있고, 학교도 안 가니까 신나했다. 심리 상담을 받아보면 최상을 찍고 있었다. 초반에는 산만해서 ‘넌 주인공이니까 집중해’ ‘조용히 하고 감정 잡아’라고 했는데 컷 소리만 나면 울면서 배역에 몰입했다. 엔딩 찍고 율이가 ‘이모 이상해. 왜 눈물이 안 멈추지?’ 하더라. 정말 잘해줘서 대견했고, 어떤 파트너보다 최고였다. 현장에서 짜증 한 번 안 냈고, 대사 NG는 당연히 없었다. 막판에는 촬영이 몰아쳤는데도 에너지가 넘쳤다. ‘천상 연기해야 될 아이구나’ 싶더라.”

-허율과 한솥밥 먹게 됐다.

“율이가 앞으로 더 좋은 역 만나서 더 좋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미리 ‘시상식에서 상 받으면 이모 이름 꼭 말해줘야 돼’라고 했다. ‘감독님은요?’라고 묻길래 ‘이모 이름 말하고 감독님 이름 말해’라고 했다(웃음).”

-이혜영과 모녀 호흡은 어땠나.

“뼈 속 까지 배우인 분이다. 선배님의 순수한 에너지가 정말 좋았다. 내가 생각한 범위를 벗어나서 연기하더라. 진짜 많이 배웠고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하면서 딸 혹은 엄마 떠올렸는지.

“내 딸도, 엄마도 떠올리지 않았다. 그렇게 대입하면 너무 힘들다. 작품 보고 나서 엄마가 침대에 누워있는데, 나도 모르게 가서 안게 되더라. 어휴, 안 울려고 했는데…(눈물). 내 딸이 자라는 만큼 ‘엄마는 남은 날이 많이 안 남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눈물).”

-가장 슬픈 장면은.

“개인적으로 윤복이를 다시 보육원 보내는 신이 슬펐다. 촬영장소가 숲 유치원이었는데, 보육원이라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더라. 카메라 세팅도 안 돼 있는데 펑펑 울었다. 윤복이가 다시 엄마, 누군가 어루만져주는 사람 없이 살아야 되니까 슬펐다. 나도 실제 우리 딸에게 좋은 엄마 혹은 나쁜 엄마일 때가 있다. 힘들 때 나도 모르게 딸에게 짜증내기도 해 연기하면서 내 모습을 많이 봤다. 반성하기 보다 ‘나는 저렇게 안 해야지’ 생각했다. 나의 사소한 행동에 아이가 상처 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영화 ‘친절한 금저씨’ ‘박쥐’ ‘아가씨’ 각본을 쓴 정서경 작가의 첫 드라마였다.

“작가님의 대사는 정말 고급스럽다. ‘우리 드라마 품위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대본이 충분히 나와 있어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촬영했다. 1년 반 전 9부까지 대본이 나와 있었고, 초본은 14부까지 완성된 상태여서 나머지 2부만 수정했다. ‘마더’ 찍으면서 이런 환경만 되면 연기자들이 훨씬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장에서 누가 대사 잘 외우냐가 아니라 잠도 충분히 자고 캐릭터 이해한 뒤 연기하면 훨씬 좋지 않냐. 작가님과 감독님이 믿어줘서 보답하려고 노력했다.”

-폭력적 장면 많아서 불편하다는 반응있었는데.

“개인적으로도 꺼려졌지만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아동학대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 아니냐. 우리가 외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영상으로 많이 걸러 표현해도 이 정도인데, 학대 받는 아이들은 더 힘들고 아팠을 거다. 동거녀가 아이 죽인 사건 있지 않았냐. 동거녀 사촌동생이 그 집에 3~4일 있었는데, 아이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하더라. 아이가 집에 있는 줄 인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딸 지유랑 동갑이어서 그 기사가 너무 쇼크였다. 자극적으로 시청률을 높이려고 하기 보다 외면하지 않고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믿고 보는 배우’ 수식어에 대한 생각은.

“기분이 좋다. 신인 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 받으면 ‘신뢰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기대치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내가 목표하고 꿈꿔왔던 거에 다가가고 있어서 ‘더 실망시키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다. 다 잘될 줄 알고 작품에 들어가지만 결국 대본, 연출, 배우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그런 작품 만나는 게 쉽지 않은데, 이번 작품도 그렇고 운이 좋게 계속 잘 돼서 감사하다.”

사진=tvN 제공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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