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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진정 국면’ 불구, 백신 국산화 딜레마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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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진정 국면’ 불구, 백신 국산화 딜레마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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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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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구제역이 매년 찾아오는 ‘연례행사’가 되면서 안정적인 백신 수급을 위해 국산 백신을 개발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백신 개발 비용과 안정성을 따지면 수입 다변화가 효율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4년 이후 구제역이 매년 찾아오는 ‘연례행사’가 되면서 안정적인 백신 수급을 위해 국산 백신을 개발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백신 개발 비용과 안정성을 따지면 수입 다변화가 효율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구제역 추가 의심 사례가 6일째 발생하지 않으면서 구제역 조기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구제역 백신 국산화 등을 둘러싼 ‘효율적인 백신 접종정책’의 허점이 이번에도 어김 없이 재연되면서 논란은 한층 커지는 양상이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지난 8일 구제역 백신 수입처인 영국 메리알사에 구제역 백신 O+A형 160만마리분 공급을 긴급 요청했으나 열흘이 넘도록 물량 확보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했다. 메리알사의 한국 법인 메리알 코리아의 본사 방문과 프랑스 공관 접촉 등 ‘투 트랙 전략’도 먹혀 들지 않으면서 방역당국이 백신 회사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굴욕 수입’ 논란까지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산 백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백신 국산화의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건 지난 2010년 경북 안동시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다. 5개월 가까이 구제역이 창궐해 347만마리의 소ㆍ돼지가 살처분되는 등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내면서 정부는 이듬해 3월 주기적인 백신 예방접종 실시 및 국산 백신 개발 방침을 선언했다.

하지만 2014년 5월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를 얻으면서 국산 백신 개발 사업은 한때 동력을 잃는 등 부침을 겪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2018년 국산 백신 원천 기술 확보ㆍ2020년 백신 제조 시설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백신 국산화가 과연 현실적인 해법이냐는 점이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개발 중인 백신은 국내에서 발생했던 바이러스인 안동주(2010년 발생)ㆍ진천주(2014년 발생) 등을 활용한 백신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구제역이 국내 잔존 바이러스의 재확산보다 해외 신종 바이러스 유입으로 재발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산 백신이 꼭 구제역을 더 잘 예방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정현규 양돈수의학회장은 “새로운 유형이 들어올 경우 얘기가 달라지는 만큼, 국산 백신이 수입산보다 더 효과가 좋을 거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국산 백신의 경제성도 한계로 지적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백신 제조에는 공장 설립 비용만 690억원, 매년 건축비의 20~30%에 달하는 유지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국내 백신 시장 규모가 한정적이어서 도리어 백신 단가가 올라가거나 시설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한 백신 개발업체 관계자는 “국내 가축 두수와 백신 수요가 고정돼 있어 백신 공장의 가동률이 올라가지 않으면 소매가는 400~500원 가량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비용을 감당하느니 차라리 수입 노선 다변화로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반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효과가 불투명한 국산 백신 상용화에 매달리기 보다, 우선 수입선을 다변화한 후 백신 기술을 보유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제언한다. 한국이 백신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 확보해야 다국적 백신 기업들과의 협상에서도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채찬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백신 방역망만 제대로 갖춰지면 2010년 같은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다”면서 “섣부른 상용화보다 백신 수입 협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노하우를 계속 축적해 나가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달 초 발생한 구제역의 추가 의심신고는 지난 13일 충북 보은군(3건) 이후 엿새째 들어오지 않고 있다. 보은군에서만 발생 농가가 7곳으로 확산됐지만 전북 정읍시, 경기 연천군은 각 1건씩에 그쳤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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