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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망쳐”-“투자 덕 봤다” 둘로 갈린 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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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망쳐”-“투자 덕 봤다” 둘로 갈린 중앙대

입력
2017.12.14 2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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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 76% 불신임 의견에도

이사회, 김창수 총장 연임 결정

“대학을 사유화” 항의농성 예고

경영학과 등 일부 학생들은

“시설 쾌적해지고 취업 잘돼”

중앙대가 교수협의회 불신임을 받은 김창수 총장 연임을 강행하면서 대기업의 대학 운영을 둘러싼 의견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교 내부에서는 ‘대기업이 개입하면서 학교가 망가졌다’는 주장과 ‘대기업 덕에 학교 이미지가 개선된 것 아니냐’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전날 이사회가 결정한 김 총장 임기 2년 연장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달 4일부터 6일간 교원 495명(투표대상자의 60.3%)이 참여한 투표에서 김 총장에 대한 불신임 의견에 76.8%, 민주적 총장선출제도 필요성에 92.9% 교원이 공감을 표했는데도 이를 학교가 무시했다는 것. 교수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시대 흐름을 거스르고 대학을 사유화하겠다는 의지”라며 “15일부터 항의 농성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대학을 인수한 두산그룹의 독단적 대학 운영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2008년 인수 이후 ‘대학이 학문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라며, 이번 총장 연임 역시 그룹 회장을 지낸 박용현 이사장이 주도해 내린 결정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올해 학교 측이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의 대학평가졸업생 평판 부분을 조작했다가 적발돼 ‘순위권 제외’ 판정을 받는가 하면, 각종 뇌물 사건에 학교가 연루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두산이 중앙대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두산 인수 후 중앙대는 기숙사와 R&D센터 등 다수 건물을 짓거나 리모델링했는데, 두산건설이 이를 도맡았다는 것이다. 방효원 교수협의회 회장은 “두산건설 회장이 현 박용현 중앙대 이사장”이라고 꼬집었다. 대학이 ‘직업훈련소’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인문대 학생 고모(24)씨는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과를 폐지하는 등 학교를 기업식으로 운영하는 것에 반대하는 학생도 많다”고 했다.

반면 상당수 학생은 두산 인수 후 학과 수업 프로그램이 오히려 좋아졌다는 등 호의적이다. 졸업생 구모(30)씨는 “경영학과 수업의 경우 커리큘럼이 전에 비해 훨씬 촘촘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식품공학과 졸업생 이모(25)씨는 “이공계는 BK사업 등에서 (장학금 같은) 혜택이 많아진 게 사실”이라며 “1학년 때부터 과에 상관 없이 회계학 수업을 듣도록 하는 것도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여러 친구들이 말한다”고 전했다.

건물 신축과 리모델링에도 학생들은 만족해 한다. 기계공학과 재학생 김모(27)씨는 “에어컨도 안 나오는 좁은 교실에서 80명씩 수업을 듣다가 쾌적한 새 건물로 옮기니 두산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모(26)씨는 “리모델링 이전 도서관 시설은 정말 열악했다”라면서 “시설 개선을 요구하면서도 두산에게 나가라고 하는 건 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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