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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소통령·왕차관 위세는 '게이트'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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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소통령·왕차관 위세는 '게이트'를 낳았다

입력
2014.12.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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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정권은 권불오년, 5년짜리 권력에 불과하다. 1987년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숙명이 됐다. 어느 정권도 피해가지 못한 측근과 친인척 비위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정권 초엔 친인척 관리에 나서지만 모두 말 뿐이었다. 측근, 친인척들은 비선, 실세를 자처하거나 권력을 호가 호위하면서 이권을 챙기려는 무리를 달고 다녔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가족들에게 “돈 싸 들고 접근하는 똥파리들을 조심하라”고 했지만 차남 현철씨를 내놔야 했다. “대통령 아들에게는 영광이 아니라 멍에만이 있을 뿐”이라고 억울해했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DJ의 세 아들 홍일ㆍ홍업ㆍ홍걸씨 모두 비리로 사법처리 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근본적으로 뿌리뽑겠다”고 공약했던 박근혜 대통령 역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처했다. 윤희웅 민 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과거보다 친인척 비리가 관리가 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최 측근들은 대통령 신뢰가 두터울 수밖에 없어 그 위세가 여전하다”고 평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렸다던 6공 황태자 박철언

노태우 정권에서는 부인 김옥숙 여사의 사촌동생 박철언씨가 ‘6공화국 황태자’로 불리며 권력을 휘둘렀다. 민정수석실에서 대통령에게 박씨 비리를 직보 하면 다음날 그 보고서가 박씨 손에 들려 있었다. 그는 6ㆍ29 선언 직후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월계관을 쓰자’며 조직된 노 전 대통령의 사조직 월계수회를 이끌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의 실세였던 박씨는 정권이 바뀐 직후 슬롯머신 업자로부터 6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집권 4년 차인 1991년에는 정ㆍ재계 인사들은 물론 대통령까지 연루된 수서택지 분양 특혜비리 사건이 터졌다. 노 전 대통령은 정태수 한보 회장에게서 청탁과 함께 150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 당선축하금과 기업체에서 받은 비자금 등 4,600억여원 받았다. 앞서 전두환 정권에선 형 기환, 동생 경환, 처남 이창석씨를 비롯 47명의 친인척, 측근이 구속됐다.

YS의 차남 ‘소통령’ 현철씨

YS 정권의 비선라인 핵심은 차남 현철씨였다. 청와대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가 그를 거쳤다. 직함은 없었지만 막후에서 정부 요직의 인선자료까지 보고받으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박관용 당시 비서실장이 민정파트에서 올린 이런 문제를 YS에게 ‘씰데없이’ 직보했다가 다음날 현철씨의 항의를 받고, 결국 청와대를 떠났다. 소통령으로 불렸던 현철씨의 몰락은 1997년 1월 건국 이후 최대의 금융부정 사건인 한보게이트가 터지면서 시작됐다. YS 사단의 살림을 맡았던 홍인길 총무수석도 연루됐는데 자신을 깃털로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현철씨는 결국 비선조직을 이용, 기업에게 특혜를 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YS는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리며 식물정권 소리까지 들었다. YS 가신으로 문고리 권력을 잡고 있던 장학로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시장은 점심을 두 번씩 먹으며 기업체에서 돈을 받아 실형을 살았다.

DJ 재임 중 모두 유죄 ‘홍삼 트리오’

집권 2년 차인 1999년 옷로비 의혹이 DJ정권을 뒤흔들었다. 당시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이 검찰총장 부인에게 남편 구명을 위해 고가의 옷로비를 했다는 의혹이었다. 집권 4년 차이던 2001년에는 ‘홍삼 트리오'로 불리던 세 아들이 얽힌 권력형 비리로 얼룩졌다. 차남 홍업씨는 이용호 G&C그룹 회장으로부터 이권청탁 대가로 47억여원을 받아, 삼남 홍걸씨는 2002년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등 이권에 개입해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듬 해에는 장남 홍일씨가 나라종금 로비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도덕성에 흠집을 냈다. DJ의 오른팔 권노갑 전 의원은 진승현 게이트, 현대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됐고, 또 다른 측근 박지원 의원은 현대 돈 150억원 수수혐의로 구속됐으나 나중에 무죄가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 비극 부른 박연차 게이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도덕성을 정권의 생명으로 여겼지만 숙명을 비켜가지 못했다. 정권 초 그는 집권 이전에 벌어진 돈 문제와 관련, 386 최측근 안희정 충남지사를 법정에 세우고, 친인척 900명을 감시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영원한 집사’로 알려진 최도술 당시 총무비서관의 당선축하금 수수, 봉하대군으로 불린 형 건평씨의 인사개입과 세종증권 매각로비 개입 사실이 드러났다. 비록 과거 정권 같은 대형 권력형 게이트는 없었다지만 나중에 터진 박연차 게이트는 노 전 대통령을 막다른 길로 몰아세웠다. 또 다른 측근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정상문 당시 총무비서관이 연루된 데 이어, 가족까지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게 되자 그는 스스로 비극적인 최후를 선택했다.

임기 초부터 시달린 MB정권

이명박(MB) 정권은 “역대 가장 깨끗한 정권”이라던 MB의 공언이 무색할 정도로 임기 초반부터 측근과 친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친인척 가운데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 김옥희씨, MB사촌처남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구속됐다. 영포라인의 핵심인 MB의 형 이상득 전 의원, MB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비리는 결정타였다. 영일대군으로 불렸던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 비리로,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은 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옥살이를 했다. ‘4대강 사업 전도사’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 MB의 후원자를 자처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비리도 MB에게는 뼈아팠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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