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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인터넷 또는 스플린터넷

입력
2016.08.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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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누구의 것일까. 정답은 2개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리고 ‘모두의 것이다.’ 인터넷이란 여러 네트워크가 연결된 네트워크다. 회사나 조직마다 각각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네트워크는 서버를 필요로 하는데 서버가 있는 나라마다 법규와 규정이 서로 다르다. 공통의 원칙과 표준이 없다면 이러한 네트워크들은 효과적으로 연결될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고 파편화된다면 그것은 인터넷의 종말과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의 파편화는 엄청난 위협이 된다.

2016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총합에 인터넷이 기여하는 부분은 4.2조달러(약 4,6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결이 끊겨 조각난 인터넷을 뜻하는 ‘스플린터넷’이 현실화되면 세계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인터넷 거버넌스 글로벌 위원회(이하 인터넷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필린터넷은 미래에 충분히 가능한 일들 중 하나다.

지금 인터넷은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를 연결시키고 있는데 향후 5년 내에 10억명이 추가로 연결될 전망이다. 더 이상 늘어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인터넷위원회가 내놓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악의적인 범죄로 인한 손실과 정부의 정치적 통제로 인해 사람들은 더 이상 인터넷을 신뢰하지 않고 인터넷 사용률도 줄어들게 된다.

2016년 사이버범죄로 인한 손실은 최근까지 최대 4,450억달러(약 49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부터 맥박조정기까지 더 많은 기기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악의적인 해커들이 ‘사물인터넷’을 악용해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것을 무기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 기업과 정부는 대규모로 국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고, 사회공공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불안감을 증폭시켜 인터넷의 잠재적 가능성을 깎아 내릴 수도 있다.

인터넷위원회가 내놓은 두 번째 시나리오는 ‘성장 방해’다. 일부 사용자들은 인터넷으로 엄청나게 큰 이익을 얻는 반면 다른 사용자는 별 이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 30~40억명의 사람들은 여전히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이들도 상품, 서비스,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흐름을 제한하는 무역 장벽, 검열, 법규와 규정으로 인해 충분한 경제적 가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스플린터넷이 어느 정도는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가장 많은 인터넷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만리장성 같은 방화벽’ 때문에 부분적으로 해외 네트워크와 단절돼 있다. 또 세계 여러 나라들이 정부에 위협이 된다고 여기는 서비스를 검열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지속된다면 검열에 적잖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며 사생활 침해와 표현의 자유 제한 같은 것이 이어져 우리는 많은 것을 잃게 되고 여러 부분에서 뒤쳐지게 될 것이다.

인터넷위원회가 내놓은 세 번째 시나리오에 따르면, 인터넷이 건강해져 혁신과 경제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가 생긴다. 지난 20년간 이뤄진 인터넷 혁명은 세계 GDP의 8% 정도에 해당하는 기여를 했으며 30억명 인터넷 사용자들의 물리적ㆍ경제적ㆍ교육적 격차를 줄였다.

인터넷위원회는 지속적인 혁신이 이어지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인터넷 표준이 개방적으로 개발되는 한편 누구나 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할 것 ▦불법 해킹을 근절시키기 위해 모든 사용자들이 건강한 인터넷을 만들 것 ▦인터넷 시스템을 만들 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아니라) 보안과 회복력을 핵심으로 삼을 것 ▦인터넷의 핵심 인프라를 공격하지 않는 데 국가들이 동의할 것 ▦사물인터넷의 안전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시장 중심의 보험 산업이 생길 수 있도록 각국 정부가 힘쓸 것.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가장 적절한 접근법이 어떤 것인지는 최근까지 다음 세 개의 진영 위주로 논쟁이 이뤄졌다. 첫 번째는 다자 이해관계자 접근법이다. 이는 인터넷을 발전시킨 사회에서 자생적으로 나온 것인데 기술적 숙달은 보장하지만 국제적 합법성은 보장하지 않는다. 미국 테크노크라트(전문지식을 가진 기술관료)에 의해 심하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진영은 유엔의 전문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통제권 강화를 지지했다. 이렇게 하면 효율성은 포기하는 대신 합법성을 보장할 수 있었다. 셋째로 러시아, 중국 같은 독재국가는 자국 내 인터넷을 정부가 강력하게 통제하는 데 해외로부터 어떤 간섭도 받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최근 인터넷위원회는 네 번째 모델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더욱 확장된 다자 이해관계자 사회가 민간조직, 기업, 정부 등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는 모델이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가 인터넷할당번호관리(IANA) 기능을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에 넘기겠다고 내린 결정은 이러한 움직임에 있어서 중요한 걸음마였다. 정부자문위원회를 둔 ICAAN은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정부간 조직이 아니다. 동시에 ICAAN은 유엔 총회에서 인터넷 거버넌스 포럼이 만들어낸 다자 이해관계자 접근법과 일치한다.

일부 미 상원의원들은 상무부가 IANA 기능의 감독권을 ICAAN에 이양하는 게 ‘인터넷을 ICAAN에 내주는 것’과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미국이 인터넷을 소유한 것이 아니므로 인터넷을 내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최초의 인터넷이 미국 내 컴퓨터만을 연결했던 것과 달리 오늘날 인터넷은 전세계 수십억의 사람들을 연결한다. 지난달 미국의 조치는 인터넷위원회가 극찬하는, 더 안정적이고 개방적인 다자 이해관계자 형식을 향한 진일보였다. 이러한 방향으로 더욱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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