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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4일부터 유기동물 살처분 전면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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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4일부터 유기동물 살처분 전면 금지

입력
2017.02.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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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죄책감 시달리던 수의사 자살사건 재조명

대만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일하던 수의사 지안지쳉 씨는 2년간 개 700마리를 살처분한 뒤 죄책감에 시달리다 2016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나웨이보(Sina Weibo) 캡처
대만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일하던 수의사 지안지쳉 씨는 2년간 개 700마리를 살처분한 뒤 죄책감에 시달리다 2016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나웨이보(Sina Weibo) 캡처

지난 4일, 대만에서는 유기동물들의 살처분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이 발효되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대만에서는 2015년 2월에 ‘2년 후 살처분 폐지’를 명기한 동물보호법이 의회에서 가결되었고,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드디어 시행된 것입니다. 동물 관리를 담당하는 농림부는“대만의 동물보호 노력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법률 시행 준비 기간 중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습니다. 지난 해 5월 근무하던 보호소의 과밀 문제로 2년 동안 개 700 마리를 살처분해야 했던 수의사 지안지쳉(簡稚澄) 씨가 자신이 동물을 살처분할 때 사용하던 것과 같은 약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겁니다.

대만 최고의 수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그녀는 더 좋은 곳으로 발령받을 수 있었지만, 유기동물들을 위해 보호소를 자원했습니다.

지안지쳉 씨는 개를 더 많이 보살피기 위해 종종 초과 근무를 했고, 점심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았으며, 휴일도 반납했습니다. 처음 살처분을 하던 날, 그녀는 집에서 밤새 울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개들을 살처분시키기 전에 산책을 시킨다거나 간식을 주고 이야기를 하며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살처분해야 하는 개들을 위해 지안지쳉 씨가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작은 배려였습니다. 테이블 위에 개를 올려놓으면 두려움으로 온몸을 떨었고, 약을 투여하면 3~5 초 안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이었습니다.

보호소 로비에는 입양을 장려하기 위해 그녀가 그린 동물 그림이 장식되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동물을 입양할 예정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녀가 근무하던 보호소는 어떤 보호소보다 살처분 비율이 낮았고 입양률은 높았습니다.

하지만 지안지쳉 씨가 현지 TV 방송국 CTI에 출연해 개를 살처분 하는 과정을 설명한 뒤 그녀는 수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2년 동안 700마리의 개를 살처분한 것이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지안지쳉 씨를 “아름다운 도살자”라고 불렀습니다.

지안지쳉 씨는 수많은 개들을 보살피며 휴일을 반납하고, 개들의 입양처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아름다운 도살자'라는 비난이었다. 시나웨이보(Sina Weibo) 캡처
지안지쳉 씨는 수많은 개들을 보살피며 휴일을 반납하고, 개들의 입양처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아름다운 도살자'라는 비난이었다. 시나웨이보(Sina Weibo) 캡처

동물을 좋아해서 수의사가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물들을 살처분해야 하는 현실에 고통스러워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던 지안지쳉 씨는 결국 31세의 젊은 나이에 자신의 목숨을 끊으며 정부에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촉구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 사람들이 “동물도 인간도 생명의 무게는 같다”는 것을, 그리고 유기견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이해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대만에서는 그의 죽음을 계기로 보호소에 수용되어 있는 동물들과 보호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대만에서는 작년 5월에 동물보호 정책에 주력하는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했습니다. 불법 번식업자의 처벌 강화와 마이크로칩 장착 의무화 등 반려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고 강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으며, 화장품을 위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법안도 가결되어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현재 대만의 보호소에 수용되어 있는 동물은 약 2만6,000마리입니다. 살처분 폐지로 수용시설이 부족해 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보호소에 동물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는 125달러(약 14만2,000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농림부 담당자는 “유기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효과적인 관리를 하지 않으면 수용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다”며 “주인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학교 교육과 동물들의 중성화 수술 등을 앞으로 더욱 철저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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