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추정 방사포라면
사거리 250㎞, 군산 미군기지 사정권
미군 추정 ASBM이라면
요격 만만찮은 ‘새로운 위협’
북한이 26일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의 정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대함 탄도미사일(ASBM)이라면 미국의 항공모함을 겨냥한 새로운 타격무기가 등장한 셈이다. 설령 기존 300㎜ 방사포라 해도 군산 미군기지까지 닿을 만큼 사거리를 크게 늘린 것이어서 상당한 위협이다. 더구나 한미 양국의 초기 분석마저 엇갈리면서 고작 250㎞를 날아간 단거리 발사체를 둘러싼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와 러시아 당국은 북한의 발사 직후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청와대는 “개량된 300㎜ 방사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본은 발사체의 종류를 특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혼선을 빚자 당초 스커드-B 탄도미사일 계열로 추정했던 우리 군은 “분석에 며칠이 걸린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한미 군사당국은 이번 발사체의 최대고도는 50㎞, 비행거리는 250㎞로 파악했다. 고도만 놓고 보면 탄도미사일보다는 300㎜ 방사포에 가깝다. 북한은 사거리 300㎞의 스커드-B 미사일을 개량해 ASBM을 개발하고 있는데, 스커드-B의 경우 최대 94~96㎞까지 솟구친다. 이와 달리 방사포는 낮은 고도로 완만한 포물선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다.
하지만 북한의 신형 300㎜ 방사포는 지난해까지 사거리가 200㎞에 그쳤다. 불과 1년 만에 사거리를 250㎞로 늘렸다고 보기엔 기술의 발전속도가 너무 빠르다. 사거리 200㎞이면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가, 250㎞이면 예천 공군기지와 군산 미군기지가 사정권에 포함된다. 우리 군은 방사포를 다연장 로켓으로 부르는데, 탄두 위력은 약하지만 무더기로 쏟아 부어 개전 초기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27일 “우리가 축적한 데이터에 비춰 300㎜ 방사포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발사체를 ASBM으로 볼 만한 정황증거도 많다. ASBM은 미 항공모함이 동해에 전개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해 온 북한이 의욕적으로 개발하는 무기다. 북한은 스커드-B를 개량해 ASBM을 만들고 있는데, 무게중심을 한쪽으로 쏠리게 한 편심탄도의 경우 정상 포물선이 아닌 비정상적 궤도로 표적에 접근해 목표 상공에서 방향을 틀어 내리 꽂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 특히 스커드-B처럼 위로 치솟지 않고 최대 60㎞ 이하로 낮게 날아가는 고도만 놓고 보면 300㎜ 방사포와 흡사하다.
발사장소인 강원도 깃대령이 전략군의 단거리 탄도탄 기지가 있는 곳이란 점도 미사일 발사의 정황이다. 북한은 2014년 2월을 비롯해 이곳에서 수 차례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 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3발 가운데 1발이 폭발했다”고 밝혔는데, 1970년대에 실전 배치한 구형무기인 스커드 미사일의 연료 계통에 이상이 생긴 탓으로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미 공군이 발사 직전 동해 상공에 RC-135S, RC-135V 정찰기를 띄운 점에 비춰 이번 발사체가 방사포가 아니라 탄도미사일이라는 관측에 더 무게가 실린다. 한미 군 당국은 발사 직후 “징후를 미리 탐지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RC-135V는 미사일을 테스트할 때 지상 통제소와 주고 받는 데이터를 잡아내는 정찰기”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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