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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0곳 중 1곳만 동의서 요구… 유전자 정보 줄줄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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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0곳 중 1곳만 동의서 요구… 유전자 정보 줄줄 샌다

입력
2016.04.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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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제출 땐 사진으로 남기고

개인에겐 인적사항도 안 물어

불법인 줄 알지만 수익에만 급급

“당사자 모르게 검사” 안심시켜

복지부는 실태 파악조차 못해

한국일보 기자가 한 사설 유전자검사기관에 제3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자 이 기관은 본인 동의 없이도 친자확인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카카오톡 캡처
한국일보 기자가 한 사설 유전자검사기관에 제3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자 이 기관은 본인 동의 없이도 친자확인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카카오톡 캡처

“저 아닌 다른 두 사람의 유전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싶은데요.”

“모근(毛根)이 살아있는 머리카락 5가닥 또는 손ㆍ발톱, 담배꽁초, 껌, 혈흔, 칫솔 등을 가져오세요. A와 B로 표시한 지퍼백에 담아 우편으로 보내도 됩니다.”

13~18일 한국일보가 사설 유전자 검사기관 10곳에 검사 대상 몰래 유전자검사 의뢰를 문의한 결과 이 중 9곳이 선뜻 친자확인을 해주겠다고 답했다. 상대방의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한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머리카락과 얼마의 돈만 있으면 타인의 사생활 영역인 유전자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현실이다.

유전자 검사기관들은 법원에 유전자 검사결과를 제출할 때는 당사자의 머리카락을 직접 뽑고 채취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지만, 개인이 친자확인을 원할 때는 인적 사항도 확인하지 않았다. 10곳 중 8곳은 “공공기관 제출용이 아닌 개인 확인용 검사는 당사자 (동의 없이) 모르게 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한 곳은 “홈페이지에서 신청서ㆍ동의서를 출력, 작성해 머리카락과 함께 보내라”고 했지만 “당사자가 알면 곤란하다”고 하자 “(알아서) 써 보내라”고 했다. 실질적으로 동의 여부를 따지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이 업체는“반드시 당사자가 직접 작성한 동의서를 내야 하고 혹시 서명이 부정확해 보이면 당사자에게 확인차 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 몰래 유전자검사를 의뢰하는 것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다. 동의를 받지 않고 감정을 해주는 기관도 마찬가지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51조는 유전자 검사기관이 검체를 채취하거나 그 외 사람이 검사를 의뢰할 때 검사대상자나 법정대리인에게 검사의 목적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서면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산해 의료전문 변호사는 “본인 동의 없이 검사를 의뢰하거나 시료를 채취한 사람은 물론, 검사기관이 본인의 동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관여한 경우도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리감독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불법 검사 실태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는 유전자 검사기관으로부터 매년 조사표를 제출 받아 문제가 있는 기관에 대해 서면심사를 하거나 직접 가본다”며 “동의서가 누락됐는지, 신분증은 확인했는지 등을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인의 동의 없이 검사가 이뤄지는 데 대해서는 “이는 법에 정해져 있는 드문 경우만 가능하고 그런 진정이나 신고는 들어온 것이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업체들은 불법 검사로 배상해 주게 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배상액보다 얻는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최근 불법 유전자 검사로 위자료를 물게 된 유전자 검사기관 H사는 2,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고도 불법 검사를 계속했다. 한 유전자 검사기관 관계자는 “연간 친자확인 의뢰 건수가 5만 건 정도”라며 “의뢰자 대부분이 자신의 것이나 자기 아이라고 적어서 우편을 보내오기 때문에 그냥 믿고 한다”고 해명했다.

본인 동의 없는 유전자검사가 불법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김철호 변호사는 “최근 방영된 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도 친자를 찾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의 머리카락을 함부로 뽑아 검사를 의뢰하는 장면이 나왔다”며 “많은 이들이 합법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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