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미국은 이미 고강도 압박 모드… 선택지 좁아진 중국

알림

미국은 이미 고강도 압박 모드… 선택지 좁아진 중국

입력
2016.11.15 20:00
0 0

反中 험악한 공약 내세워 주목

안보도 통상협상 수단으로 인식

북핵ㆍ대만문제 등 입장 바꿀 듯

트럼프 경제적 실리에만 집착 땐

아시아 안보지형 출렁일 수도

첨단무기 등 美에 기술 수십년 뒤져

중국 반발ㆍ충돌 확률은 희박

현상유지ㆍ평화해법 가능성 높아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구도. 중국은 미국 해군력이 자신들이 설정한 1, 2차 도련선(島鍊線ㆍIsland Chain) 이내로 접근하는 걸 막는다는 전략이다.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구도. 중국은 미국 해군력이 자신들이 설정한 1, 2차 도련선(島鍊線ㆍIsland Chain) 이내로 접근하는 걸 막는다는 전략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2016년 미국 대선 결과를 중국 지도부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워싱턴 전문가들은 대부분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위원은 “트럼프와 비교했을 때 클린턴의 미국이 중국을 훨씬 더 압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경우 ‘반중(反中) 정서’가 득표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 수입품에 45% 관세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등 험악한 공약을 내세워 언론 주목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클린턴 역시 통상마찰 가능성을 예고하는 상황이었다. 클린턴은 게다가 두 나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를 포함, 정치ㆍ안보 영역에서도 원칙론을 고수했다.

후보 시절 트럼프는 안보 문제를 경제적 이익과 효과로 단순 계산하는 접근법을 미중 관계에도 적용했다. 남중국해 문제를 중시하지 않거나, 언급하는 경우에도 미 해군력의 전개를 중국과의 통상문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력 수단 정도로 여기는 유치한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중국의 민주주의ㆍ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하지 않았고,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폭동’으로 정의하고 중국 정부의 유혈진압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인식하는 등 권위주의적 권력체제를 긍정 평가하는 모습마저 엿보이게 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보다 덜할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남중국해에서 도발적 태도를 보인 2014년 이전에는 중국과 협력적 관계를 모색한 반면, 트럼프는 통상이슈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도 협력 대신 압박기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선인 신분으로 변한 뒤에 보여주는 유연성을 감안하면 후보 시절 공약을 액면 그대로 밀어붙이지 않겠지만, ▦무역ㆍ투자 ▦남중국해 ▦북핵 대응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대중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만큼은 틀림없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정책 접근 방향이 이처럼 명확한 만큼 향후 미ㆍ중 관계는 중국측에 달렸다는 게 워싱턴의 일반적 시각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이후 민족주의 성향이 뚜렷해진 중국이 통상분야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를 거부하고 정치ㆍ안보적으로도 남중국해와 대만문제에서 강경 입장을 고수할 경우, 양국관계 경색과 갈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서는 미ㆍ중 무역마찰에 따른 대 중국 중간재 수출 급감이라는 경제적 부담과 함께 외교ㆍ안보 측면에서도 두 나라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물론 중국 지도부가 묘수를 발견, 트럼프 행정부와 ‘통큰 협상’에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시하는 무역ㆍ투자부문에서 중국이 손해를 감수하고 양보하는 경우인데, 트럼프 행정부가 반대 급부로 내줄 카드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정치ㆍ안보를 경제적 이익의 밑에 두는 트럼프라면 남ㆍ동중국해, 대만, 북핵 문제 등에서 중국 체면을 살려주고 경제적 실리를 얻는 게 미국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의 안보제공에 의지해온 한국과 일본 등 역내 동맹국들에게는 심각한 상황변화다. 미국기업연구소(AEI) 마이클 오슬린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아시아 동맹국에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동중국해에서의 중ㆍ일간 영토분쟁, 북핵 위협에 대한 한ㆍ미간 공동대응에서 후퇴할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양보할 수 없는 국익과 높아진 상호의존성 때문에 미ㆍ중 관계는 분야ㆍ시기에 따라 대립과 협력이 반복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절충적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경파인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대사가 국무장관에 낙점되면 ‘압박’, 온건파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당선인의 선택을 받으면 ‘협력’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미국이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추진해온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테미 오버비 미국 상공회의소 아시아담당 수석부사장은 “트럼프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 통상정책을 급격하게 폐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필-에스키랜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때문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이 최근 급속도로 격차를 좁히고 있으나, 단기간에 미국의 군사력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워싱턴의 안보분야 연구기관 글로벌시큐리티(Global Security)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기술 수준은 여전히 낙후됐으며, 핵심첨단 무기의 도입ㆍ배치에서 미국에 16~64년 뒤져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압박에 반발,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이 군사적으로 도전하거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걸 의미한다. 중국이 때로는 군사적으로도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도 있지만 일시적일 뿐 결국은 현상유지 혹은 평화적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