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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서 아찔한 선박 운행…北 GPS 교란 파장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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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서 아찔한 선박 운행…北 GPS 교란 파장 속출

입력
2016.04.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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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으로 출어했던 어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1일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선들이 속초 동명항에 정박해 있다. 어민들은 GPS 이상으로 항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어선위치와 어장위치 등을 확인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으로 출어했던 어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1일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선들이 속초 동명항에 정박해 있다. 어민들은 GPS 이상으로 항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어선위치와 어장위치 등을 확인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북한 발 위성위치확인(GPS) 전파 교란이 이틀째 이어지며 서울과 경기, 강원 등지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망망대해에서 좌표를 찾지 못한 어선들은 조업을 포기해야 했다.

1일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30분 인천과 강원 철원, 서해 도서 지역에서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GPS 전파 혼신 신호가 처음 감지된 데 이어 1일에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 됐다. GPS 전파 혼신이란 위성에서 내려오는 전파 신호가 다른 신호의 교란으로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교란 전파의 진원지는 군사분계선 북쪽의 해주, 연안, 평강, 금강 등 4개 지역으로 탐지되고 있다. 북한의 GPS 전파 교란 공격은 2012년 이후 4년 만이다.

미래부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항공기 150대에 전파 교란 신호가 잡혔으나 특별한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상선과 여객선 등 대형 선박 67대도 전파 혼신이 있었지만 레이더 등 대체 항법 장치를 가동, 큰 피해는 없었다. 264곳의 통신 기지국에도 전파 교란 신호가 유입됐지만 통화 중단 사태는 없었다. 미래부 관계자는 “북한 소행으로 보이는 GPS 전파 교란은 이날 오후 5시30분까지 모두 네 차례 소멸과 재출현을 반복하며 유지됐다”며 “교란 신호 세기가 높아지거나 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대응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GPS 전파 혼신 위기 대응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순으로 구분된다.

치명적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불편과 혼란은 컸다.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서해 연평도와 선미도, 팔미도, 동해 속초, 주문진 인근 해역에서 세 차례에 걸쳐 GPS 교란 전파가 감지돼 선박 280여 척의 GPS플로터가 오작동했다. GPS플로터는 해도 상 위치 확인이 가능한 항해 장치로 자동차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이날 인천과 연평도, 백령도 등지를 연결하는 11개 항로 여객선 12척과 동해 묵호-울릉을 운항하는 여객선 등 13척이 30~40분 가량 북한의 GPS 전파 교란의 영향을 받았다. 이들 선박은 최대 1시간 가량 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레이더와 해도에만 의존, 방향을 잡아야 했다.

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출어를 포기한 어선도 많았다. 속초해양경비안전서는 이날 새벽 관할 해역으로 출어한 어선 332척 가운데 71척이 GPS 이상으로 조기 귀항한 것으로 집계했다. 속초해경 관계자는 “접수된 신고는 대부분 GPS 화면이 일시적으로 작동을 멈추거나 현재 위치와 방향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어잡이 어선 선장 윤모(67)씨는 “새벽 4시30분 주문진항에서 1마일도 못 간 지점에서 GPS화면이 3,4초씩 보이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상황이 나타났다”며 “나침반을 사용해 그물을 찾으려다 결국 항구로 돌아왔다”고 상황을 전했다.

강씨와 같은 소형어선 대부분은 GPS 장비에 경도와 그물 위치를 입력해 놓고 운항을 해, 이날과 같은 GPS 전파 교란이 일어나면 사실상 조업이 불가능하다. 특히 북방어로한계선 인근에서 좌표를 잃을 경우 북으로의 월선마저 우려된다. 해경은 경비함정 1척을 동해 북부 해안에 추가로 배치하고 해군, 어업정보통신국과 정보 공유를 통해 긴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어선을 비롯한 각종 선박에 대해 안전 운항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도 이날 오후 GPS 전파 교란 대응 현장인 서울 송파구 중앙전파관리소를 찾아 시설을 점검하고 대응 태세를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은 GPS 도발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남북한의 발전과 북한 자신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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