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소방관에 대한 오해 풀고 싶어요” 솔직담백 직업소개서 낸 부부

알림

“소방관에 대한 오해 풀고 싶어요” 솔직담백 직업소개서 낸 부부

입력
2018.06.04 04:40
27면
0 0

서울서 근무 김용환ㆍ이성숙씨

청소년 등 진로 교육 목적

근무형태ㆍ처우 등 문답식으로

지난달 직업소개서 '담대해면 소방관'을 출간한 부부소방관 이성숙(왼쪽) 김용환씨. 종로소방서 제공
지난달 직업소개서 '담대해면 소방관'을 출간한 부부소방관 이성숙(왼쪽) 김용환씨. 종로소방서 제공

“엄마·아빠, 소방관은 정말 불쌍한 직업 같아요.”

서울 동대문소방서와 종로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소방관 부부’ 김용환(47)·이성숙(40)씨는 12세, 9세인 두 아들이 수년 전부터 가져 온 부모 직업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고민이 컸다. 두 아들이 부모가 불쌍한 삶을 산다고 여기게 된 건 부산 연제구 중고차매매단지 화재사건이 일어난 지난 2015년 4월. 화재진압 후 인근 주택가 벽에 기대앉아 컵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소방관 사진을 보고서다.

당시 시민들이 ‘숨은 영웅’ ‘검댕 묻은 천사’라며 소방관 노고에 찬사를 보냈지만, 사진을 본 초등학생 자녀들이 부모를 ‘길에서 밥도 아닌 컵라면을 먹어가며 일하는 불쌍한 사람들‘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3일 “7년 전부터 홍보·교육 업무를 맡게 돼 일주일에 한 두 번 아이들 진로체험 교육을 하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내 자식과 비슷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며 올 초부터 남편과 직업소개서 ‘담대하다면 소방관’을 펴내기로 마음먹은 계기를 밝혔다.

이 책에서 두 사람은 고학년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문답 형식으로 소방관의 삶을 전했다. 편집자 질문에 부부가 번갈아 가며 대답하는 형식이다. 이씨는 “학생들과 만났을 때 받은 질문들을 정리한 뒤, 차근히 답변한단 생각으로 책을 썼다”면서 “이 책이 소방서에 직접 찾아가기 어려운 전국 곳곳의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책을 통해 소방관이 하는 일, 연봉수준, 근무패턴, 취업 방법 등 직업에 관한 생생한 기본정보는 물론, 부부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직업병 이야기도 담았다. 김씨는 “처음 가보는 노래방이나 찜질방에 들어서면 비상구가 확보됐는지, 유도등은 설치됐는지 먼저 살피는 직업병이 있다”라면서 “간혹 너무 심각하다 싶으면 가게 주인에게 '소방안전기준을 지키는 게 옳다‘ ‘잘못하면 과태료 등 처벌도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할 때가 있는데, ‘단속 나왔느냐’ ‘왜 참견하느냐’고 되레 혼내는 주인도 있다”며 웃었다. 그는 “이런 에피소드도 전해가며 소방관들이 영웅이나 천사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존재라기보다, 여느 부모와 비슷한 삶을 사는 이웃이란 점도 함께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내연애로 2005년 결혼한 두 사람은 “소방관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위험한 직업이란 선입견에 혼사를 걱정하는 젊은 후배들을 위해서도 한 마디 거들었다. “소방관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직업인 건 맞지만, 직업 특성상 이기적으로 사는 것 자체가 힘든 것 같아요. 한 평생 함께할 짝이라면 옆에 둘 만 합니다. 저희만 해도 사회에 봉사하다 남는 시간에 서로에게 봉사했더니 평생 짝이 됐거든요. 소방관을 잡으세요.”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