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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사령탑 ‘독이 든 성배’의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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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사령탑 ‘독이 든 성배’의 잔혹사

입력
2017.03.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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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역대 사령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드보카트, 베어벡, 쿠엘류, 본프레레 감독. 연합뉴스ㆍ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 축구 역대 사령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드보카트, 베어벡, 쿠엘류, 본프레레 감독. 연합뉴스ㆍ한국일보 자료사진

외신들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독이 든 성배’라고 비아냥댄다. 명예롭지만 잘못하면 모든 멍에를 다 뒤집어써야 한다는 의미다. 2002년 한ㆍ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71ㆍ네덜란드) 감독 이후 8명의 감독(감독대행 제외)이 대표팀을 거쳐 갔는데 평균 재임 기간은 1년 3개월 남짓이다. 딕 아드보카트, 허정무, 최강희 등 3명만 계약기간을 채웠다. 일본축구협회로부터 4년 임기를 보장받았던 알베르토 자케로니(64ㆍ이탈리아), 6년째 이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카를로스 케이로스(64ㆍ포르투갈) 같은 지도자가 우리에게는 없다. 홍명보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참패 책임을 지고 대회 직후 사임한 케이스다. 월드컵 본선도 못 밟고 중도 해임된 움베르투 쿠엘류, 본 프레레, 핌 베어벡, 조광래가 현재 경질 압박을 받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감독은 결과로 말한다. 역대 사령탑들이 경질된 가장 큰 이유도 성적 부진이었다. ‘악몽’ ‘쇼크’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의 졸전이 결정타였다. 쿠엘류 감독은 베트남(0-1), 오만(1-3)에 연패하고 몰디브와 득점 없이 비긴 뒤 하차했다. 본 프레레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 진출에 성공하고도 본선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물러났다. 베어벡 감독은 재임 기간 내내 4-2-3-1 포메이션만 고집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그는 2007년 아시안컵에서 8강과 4강, 3ㆍ4위전 등 내리 3경기를 득점 없이 비기며 360분(연장 포함) 연속 무득점, 3경기 연속 승부차기 승리라는 진기록을 세운 뒤 사표를 던졌다. 조광래 감독은 부임 초기 역대 최고 경기력이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삿포로 치욕’(한ㆍ일전 0-3 패)과 ‘레바논 쇼크’(1-2 패) 이후 물러났다.

한국축구 역대 사령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광래, 홍명보, 최강희, 허정무 감독. 연합뉴스ㆍ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축구 역대 사령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광래, 홍명보, 최강희, 허정무 감독. 연합뉴스ㆍ한국일보 자료사진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니 경기 외적인 갈등도 쉽게 표면화됐다. 쿠엘류 감독은 자신을 보좌하던 박성화(62) 수석코치와 마찰을 빚었다. 본 프레레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는 바람 잘 날 없을 정도로 늘 불편했다. 베어벡 감독은 대표팀 소집 기간을 놓고 프로 팀과 첨예하게 대립했고 축구계 야당 당수 격이었던 조광래 감독은 축구협회 집행부 중 한 명이었던 이회택(71) 기술위원장과 공개 충돌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지난 23일 중국에 패한 뒤 경질론이 기름에 불붙듯 확산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나가도 본선에서 참패할 거라는 비판은 본 프레레 감독과 비슷하고, 단조로운 전술이라는 화살은 베어벡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용수 기술위원장 등 축구협회 수뇌부와 관계는 원만한 것으로 전해진다.

히딩크 감독 이후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한 지도자는 허정무 감독 한 명뿐이다. 축구협회 안목이 부족한 건지, 일희일비하는 여론에 쉽게 휘둘리는 건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무 자르듯 단언할 수 없지만 서글픈 현실이다. 허 감독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동안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닐 정도로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이겨냈고 원정 월드컵 첫 16강 금자탑을 쌓았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 도중 생각에 잠긴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 감독. 연합뉴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 도중 생각에 잠긴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 감독. 연합뉴스

사령탑 잔혹사를 돌아보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뽑은 대안이 늘 좋은 선택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쿠엘류 후임 본프레레 감독은 능력과 자질, 인성 면에서 가장 혹평 받은 지도자다.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급히 데려온 사령탑의 경우 희비가 엇갈렸다. 독일월드컵 8개월 전 뽑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본선 16강에 실패했지만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로 경쟁력을 보였다. 반면 브라질월드컵을 1년 앞두고 선임한 홍명보 감독은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러시아 월드컵이 1년 2개월 밖에 안 남은 시점에서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2002 한ㆍ일월드컵 이후 역대 축구대표팀 사령탑

감독(나이ㆍ국적) 재임기간

움베르투 코엘류(67ㆍ포르투갈) 2003. 2 ~ 04. 4 1년 2개월

조 본프레레(71ㆍ네덜란드) 04. 6 ~ 05. 8 1년 2개월

딕 아드보카트(70ㆍ네덜란드) 05. 10 ~ 06. 6 8개월

핌 베어벡(61ㆍ네덜란드) 06. 7 ~ 07. 8 1년 1개월

허정무(62ㆍ한국) 08. 1 ~ 10. 6 2년 5개월

조광래(63ㆍ한국) 10. 7 ~ 11. 12 1년 5개월

최강희(58ㆍ한국) 11. 12 ~ 13. 6 1년 6개월

홍명보(48ㆍ한국) 13. 6 ~ 14. 7 1년 1개월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14.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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