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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딸 안고 우승 기념사진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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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딸 안고 우승 기념사진 한 번 더”

입력
2017.03.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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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김학민(오른쪽)과 한선수가 10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체육관에서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김학민(오른쪽)과 한선수가 10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체육관에서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점수를 땄을 때 벤치가 가장 시끄러운 팀이 우리일 걸요?”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 레프트 공격수 김학민(34)과 세터 한선수(32)가 흐뭇해했다. 선수 뿐 아니라 코칭ㆍ지원스태프가 혼연일체가 돼 한 점 한 점에 일희일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심으로부터 주의도 많이 받는다. 달리 보면 그만큼 승리에, 우승에 목말라 있다는 의미다. 2010~11시즌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에 내리 4연패해 고개를 숙였다. 이후 내리 두 시즌 더 챔프전에서 무릎 꿇어 준우승만 세 번이다. 트로피 한 번 못 들고 은퇴한 장광균(36), 최부식(39)이 지금 팀의 코치다. 대한항공이 2016~17시즌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며 한을 풀 기회를 잡았다. 챔프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한국전력의 플레이오프 승자와 25일부터 챔프전(5전3선승제)에서 격돌한다. 생애 첫 우승을 꿈꾸는 김학민과 한선수를 10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체육관에서 만났다.

이들은 ‘우승’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한 경기 한 경기에 충실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트라우마’때문일 지 모른다. 세 번의 준우승 중 가장 아쉬운 건 역시 2010~11시즌이다. 전문가 열 명 중 일곱은 대한항공이 우승할 거라 봤고 선수들도 그렇게 믿었기에 충격이 더 컸다.

본보 인터뷰 중 활짝 웃는 김학민. 대한항공 제공
본보 인터뷰 중 활짝 웃는 김학민. 대한항공 제공

6년 전 팔팔한 20대였던 김학민과 한선수는 어느덧 팀의 고참이 됐다. 둘은 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신경 쓴다. 후배들 밥은 자주 사주냐는 질문에 한선수는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먹는다”고 웃었다. 김학민도 “우리가 나서면 후배들이 더 부담스러울 것이다”고 거들며 “중간 급인 (곽)승석이가 잘 챙긴다. 우리는 후배들이 주눅 들지 않고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정도다”고 말했다.

경험이 쌓인 만큼 기량은 완숙해졌지만 체력 저하는 어쩔 수 없다.

한선수는 “아픈 데가 많아졌다. 어디 한 군데 아픈 게 아니라 하루는 여기, 다음 날은 저기가 아프다”고 허탈해했다. 김학민이 “(한)선수는 치료를 안 받는 스타일이었는데 요즘 치료실에서 산다”고 놀렸다. 이어지는 한선수의 한숨. “어깨 수술(2014년 12월)을 받은 뒤로 영….”

한선수. 대한항공 제공
한선수. 대한항공 제공

김학민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별명은 ‘김라면’이다. 점프력이 높고 체공시간이 길어 공중에서 라면을 먹을 수 있을 정도라는 뜻이다. 하지만 한선수는 “학민이 형 점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공을 원래 머리 위에서 때렸는데 요즘은 가슴 쪽에서 때린다”고 반격했다. 말은 이렇게 해도 둘은 경기 중 별 다른 주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 한선수는 “입단하고 쭉 학민이 형과 생활했다. 늘 우승 꿈을 꿨고 지금도 마찬가지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김학민도 “가장 의지하는 후배가 선수다”고 답했다.

6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 더 있다면 둘 다 학부모가 됐다는 점이다.

김학민 아들 건훈(7) 군은 초등생이 됐고 한선수 딸 효주(4) 양은 유치원에 입학했다. 한선수는 “건훈이는 배구 꿈나무다. 보통 아이들이 떼를 쓰면 만화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건훈이는 배구 동영상을 틀어주면 뚝 그쳤다”고 기특해했다. 건훈 군은 홈경기는 빠지지 않고 응원 오는데 대한항공이 지는 날이면 울음바다가 된다. 한선수는 “(효주는)치어리더 언니들 춤 따라 하는 거 좋아하고 어리고 잘생긴 (황)승빈이나 (조)재영이를 좋아한다”고 미소 지었다.

대한항공 선수단이 지난 7일 홈에서 삼성화재를 누르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학민(앞줄 왼쪽 세번째)과 한선수(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아들 건훈, 딸 효주를 품에 안고 기뻐하는 모습. KOVO 제공
대한항공 선수단이 지난 7일 홈에서 삼성화재를 누르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학민(앞줄 왼쪽 세번째)과 한선수(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아들 건훈, 딸 효주를 품에 안고 기뻐하는 모습. KOVO 제공

김학민과 한선수는 지난 7일 안방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던 날, 건훈 군과 효주 양을 안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챔프전에서 이겨 한 번 더 아들, 딸 안고 사진 찍어야죠”라는 질문에 둘은 또 말을 아꼈다.

“당연하죠. 정말 그러고 싶은데…. 말이 아닌 경기로 보여 드릴께요.”

용인=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ㆍ오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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