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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벼린 젊은 연극, 현실을 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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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벼린 젊은 연극, 현실을 찌르다

입력
2015.01.2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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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연극센터 '뉴스테이지'

공모에 선정된 신진 연출가들 작품

7개월 산고 끝 대학로 무대에 올라

획일적 교육ㆍ강요된 질서ㆍ세대 갈동

현대인의 삶과 생각 날카롭게 파헤쳐

내달 8일까지 3개 작품 릴레이 공연

현대인의 삶을 날카롭게 파헤친 젊은 연출가의 연극 세 편이 22일~2월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김수정 연출의 ‘안전가족’. 서울연극센터 제공
현대인의 삶을 날카롭게 파헤친 젊은 연출가의 연극 세 편이 22일~2월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김수정 연출의 ‘안전가족’. 서울연극센터 제공

젊은 연출가의 재기발랄함이 꿈틀거리는 연극 세 편이 무대에 오른다. 이래은(41) 연출의 ‘날개, 돋다’, 김수정 연출의 ‘안전가족’, 구자혜 연출의 ‘디스 디스토피아’가 그 주인공으로 세 작품 모두 지난해 3월 서울문화재단 산하 서울연극센터의 젊은 연출가 발굴프로그램인 ‘뉴스테이지’ 선정작이다.

지난해 3월 공모를 통해 경력 10년 미만의 신진 연출가를 선정한 서울연극센터는 이들 작품을 7개월간 다듬은 끝에 22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연달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세 작품은 현대인의 삶과 생각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파헤친다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그 중 주제의식이 가장 잘 드러난 ‘날개, 돋다’(22~25일)가 이번 무대의 선봉에 섰다. ‘선녀와 나무꾼’ ‘아기장수’ 등 설화에서 모티프를 따온 극은 옷 짓는 엄마, 나무꾼 아버지와 함께 산 속에 살고 있는 주인공 연이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산 아래 마을을 궁금해하던 주인공은 아버지 몰래 찾아간 마을에서 거울을 발견한 후 자신의 등에 돋아난 날개를 발견한다. 자신이 괴물이라는 생각에 혼란스러워하던 연이는 결국 자신의 날개를 자른다. 연극은 청소년 개개인의 특성을 무시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비판하는 동시에 성인 관객에게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 없이 되뇌게 하는 작품이다. 2005년 ‘고양이가 말했어’로 데뷔한 이래은 연출은 데뷔 작품으로 제15회 서울어린이연극상 최우수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하는 등 대학로 젊은 피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달과아이극단 대표인 이 연출은 ‘서른, 엄마’ ‘여우비 공연단’ 등의 작품에서 제작자로 나선 경험도 있다.

‘날개, 돋다’의 후속주자인 ‘안전가족’(29일~2월1일)은 그리스 장편독립영화 ‘독투스(Dogtooth), 송곳니’를 현재 한국을 배경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극은 바깥 세상과 단절한 채 집 안에서만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집을 나갈 수 있는 사람은 가족 중 아버지가 유일하다. 집 밖 세상은 괴물들이 가득한 곳이라며 자녀의 외부 출입을 원천봉쇄 하던 부모는 성인이 돼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첫째 아들 기용을 위해 회사의 경리 미쓰 김을 데려온다. 극은 이 사건을 변곡점 삼아 두 딸 세인과 미수에게 일어난 변화의 과정을 따라간다.

‘안전가족’은 질서유지라는 명분 하에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상징화해 현대사회의 정보 통제와 집단 세뇌에 묵직한 돌직구를 던진다. 강요된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씁쓸한 자화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극단 신세계 대표인 김수정 연출은 연출가이자 안무가로 활동 중이며 주요 작품으로 연극 ‘나무빼밀리로망스’, 무용극 ‘로미오 앤 줄리엣’, 납량무용극 ‘귀신의 집’ 등이 있다.

이번 무대의 대미를 장식하는 ‘디스 디스토피아(This Dystopia)’(2월4~8일)는 폐허가 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삼은 작품이다. 극에는 혁명을 바라보는 각 세대의 시각차가 녹아 있다. 정공법으로 혁명을 이루려는 1세대와 그들과 다른 방식으로 혁명을 꿈꾸는 2세대, 그리고 고추에 털이 난 채로 태어난 3세대가 서로의 방식과 사상으로 미래 세계를 살아간다. 혁명의 날이 찾아오자 1세대와 2세대 어른들은 모두 디스토피아를 빠져나가고 3세대 아이들은 디스토피아에 남는다.

다소 난해한 내용을 담은 연극은 한국 근현대사의 변곡점마다 변화의 주체가 됐던 각 세대의 삶과 갈등을 그린 것으로 읽힌다. 젊은 작업자들의 협력체인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대표이자 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중인 구자혜 연출은 2010년 신작희곡페스티벌에서 희곡 ‘먼지섬’으로 등단했다. 주요 연출작으로는 ‘웨이팅 룸’ ‘모래의 여자’ ‘일회공연’ 등이 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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