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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신생아 4명 중 2명, 장염 의심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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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신생아 4명 중 2명, 장염 의심 증상”

입력
2017.12.18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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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 “일반인이 휴대폰 갖고

인큐베이터실 들어오기도”

중환자실 관리에 문제 제기

“검사 차트도 제공하지 않으며

괜찮다고만 하면 믿을 수 있나”

병원 측 미숙한 대처에 분노

신생아 4명이 전날 잇달아 사망한 17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오대근 기자
신생아 4명이 전날 잇달아 사망한 17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화여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집중치료실)에서 4명이 80분 사이에 연이어 사망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하면서 환자 가족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특히 환자 부모들은 병원 측이 그 동안 보인 미흡한 위생 관리를 도마 위에 올리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이 최고급 수준의 인큐베이터실을 갖추고 있어 고위험 임산부와 미숙아가 전국에서 몰려드는 곳이기는 하지만, 명성만큼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일반 어머니들이 인큐베이터실에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왔다”거나 “간호사가 기저귀를 땅에 떨어뜨린 후 맨손으로 집었다”, “간호사가 수술 후 비닐봉지에 받은 똥을 손으로 집었다”, “간호사가 아기가 물었던 ‘쪽쪽이’를 맨바닥에 올렸다”는 등 환자 부모들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하순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한 아이가 괴사성 장염으로 수술을 받았다면서 위생관리 소홀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 아이는 수술을 받은 뒤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3일 전에도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괴사성 장염은 대장 중 결장부위 괴사로 장세포가 죽어가는 질환으로 미숙아에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틀 전인 15일에는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신생아 환자가 병원을 찾기도 했다. 로타바이러스는 보통 분변이나 오염된 손 등으로 감염이 되며 감염자 중 20% 정도는 괴사성 장염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병원 측은 “로타바이러스 환자는 곧바로 격리실로 갔기 때문에 전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병원을 옮긴 신생아 부모 A씨는 “우리 아이도 지난달 괴사성 장염에 걸려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었다”며 “병원을 거쳐간 아이들 중에 괴사성 장염에 걸린 아이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최근 몇 달 사이에만 괴사성 장염 환자가 3명 이상이라는 것이다. 병원 측은 “숨진 신생아 중 2명이 복부팽창 등 장염 의심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사망 신생아 4명이 모두 같은 구역 인큐베이터에 몰려 있었다는 점도 병원의 부실 관리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시 총 22개 인큐베이터 중에서 16명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사망 환자 4명 모두 그 가운데 위중한 아이들로 공교롭게도 같은 구역 인큐베이터에서 나란히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일부 사망환자 유족은 사망 당일 낮 시간에 심박수가 크게 오르는 이상증세를 보여 주치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의 미숙한 사고대응도 환자 보호자를 분노케 했다. 사망 신생아들과 같은 중환자실을 사용한 아이 부모들은 “병원 측이 이유도 밝히지 않고 병원을 옮기라고 했다”며 “병원이 검사 차트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괜찮다고만 하는데 믿을 수가 있겠냐”, “너무 불안하고 정신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사고 다음날 오전 3시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신생아 부모 B씨도 “병원 측이 자정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아기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겠다’고 통보했다”며 “갑자기 아이를 옮기는 이유를 물었지만 ‘말씀 드릴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의 병원 이송을 새벽 내내 지켜보느라 잠을 못 잤다”는 B씨는 “최소한 병동을 폐쇄하고, 병원을 옮기는 이유에 대해 부모들에게 알려줘야 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신생아 유족도 병원 측 홀대에 분노를 터트렸다. 신생아 아버지라고 밝힌 한 남성은 이날 병원 측 기자회견장에 뛰어 들어와 “왜 유가족에게 먼저 알리지도 않고 기자회견을 진행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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