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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금단의 땅’ 밟다… ‘日 전범 책임 희석’ 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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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금단의 땅’ 밟다… ‘日 전범 책임 희석’ 끓다

입력
2016.05.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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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찾아 희생자 위로 평화 역설

워싱턴 통념 무너뜨린 파격 행보 불구

71년만의 역사적 장면 의미 반감

/그림 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오후 원자폭탄 투하 71년 만에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방문,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인류 최초 피폭지인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찾아 희생자추모비 앞에서 헌화하고 애도를 표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의 국가원수로서는 71년 만의 역사적인 발걸음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당시 일본인과 한국인 또한 희생당한 사실을 언급했다.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로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의 진심 어린 목소리도 울림이 컸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전범인 일본을 향해 사실상 고개를 숙임에 따라 일본의 전쟁 책임을 희석화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을 찾아 위령비에 헌화ㆍ묵념한 뒤 10여분 간의 연설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71년 전 죽음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세상은 변했다”면서 히로시마 원폭투하를 거론했고 “수십만의 일본인, 수만의 한국인, 수십 명의 미국인 포로, 그들의 영혼이 우리에게 말한다”면서 한국인 피해 사실을 언급했다. 하지만 원폭 투하 자체에 대해 사과는 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외교ㆍ안보 분야에서 취임 이후 그가 보여온 ‘담대한 행보’의 완결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이 1945년 원자폭탄 투하를 명령한 이후 히로시마는 오바마 대통령 이전 10명의 미국 대통령에게는 ‘금지의 땅’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일련의 외교적 성과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이란, 쿠바, 베트남, 미얀마 등과의 관계에서 미국의 업보(業報)를 털어버린 대통령이라는 자신감마저 엿보인다. 그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90년 만에 쿠바를 방문했고, 미얀마ㆍ베트남을 끌어내 대중(對中) 포위 전선을 강화했다. 이란과의 핵 협상도 최대 외교적 성과의 하나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는 또 미일 동맹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정권 초기 일본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지난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기류는 일본 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행보는 일본의 전범국가 책임을 희석화한다는 점에서 평가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아베 신조(安倍晉三)정부의 군국주의가 더욱 강화하는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런 분위기를 전하며 “군국주의 일본제국의 폐허 위에 평화롭고 번영하는 새로운 나라를 재건하자는 히로시마의 이상이 일본에서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보도했다. 한국 외교부는 “미 현직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히로시마 현장에서 한국인 희생자를 명시적으로 애도했다는 점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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