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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렌드, NOW] 그린란드 빙하 속에 납 흔적, 고대 로마 경제 흐름 밝혀낼 수 있을까

입력
2018.05.15 16:4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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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중서부의 항구 도시인 일루리삿 앞바다에 얼음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린란드 중서부의 항구 도시인 일루리삿 앞바다에 얼음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0여년 전 이탈리아 반도와 유럽, 지중해는 물론 북아프리카, 페르시아, 이집트까지 지배하면서 찬란한 고대 문명을 꽃피웠던 로마제국.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러 버린 만큼 당시의 시대상, 특히 구체적 수치가 요구되는 경제사(economic history)를 오늘날 세세하게 복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로마제국 시절의 경제적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역사적 기록’이 최근 발견돼 세계 고고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물론 ‘잃어버린 로마사(史)’의 재구성이 가능한 라틴어 자료를 찾은 건 아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당 자료는 다름아닌 ‘동토(凍土)의 땅’ 그린란드의 빙하, 더 좁혀서 말하자면 ‘빙하핵(ice core) 속의 납 성분’이다.

로마 시대에 납은 도시의 배수관 건설, 은화 주조 등에 쓰였던 국가경제 활동의 핵심 자원이었는데, 고대 북유럽의 광업활동으로 배출된 납 성분이 기류를 타고 그린란드에까지 도달하고 여기에 눈이 쌓여 얼음으로 바뀌면서 수 천년 전 로마기 지배하던 유럽 상황을 거의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네바다주 사막연구소의 조셉 맥코널 박사 연구팀은 기원전 1235년부터 서기 1257년까지 형성된 지하 420여m 깊이 그린란드 빙하핵을 추출, 여기에 담긴 납의 양을 1피코그램(1조분의 1그램) 단위까지 분석했다. 결과는 로마제국의 국내총생산(GDP)까진 알려주진 못했으나, 로마의 ‘경제적 건전성’을 시대적으로 확인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로마 역사의 전성기와 쇠퇴기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과 일치하는 변동선이 그려진 것이다.

예컨대 로마의 전성시대였던 ‘팍스 로마나’(기원전 27~서기 180년) 시기, 납의 배출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그 이전의 내전 시기나 안토니우스 역병(서기 165~180년)과 키프러스 역병(서기 250~270년)이 창궐하던 때에는 현저히 떨어졌다. 특히 로마제국의 내부 붕괴 조짐이 시작된 235~284년 기간에는 납 배출량이 최저치를 보였다. 얼음 속 납 검출량을 분석한 결과, 로마의 경제는 그 이후 다소 회복 추세를 보였지만, 5세기 들어 ▦영국에서의 로마군대 철수 ▦서로마제국 멸망(476년) 등과 함께 마지막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NYT는 “경제사 학자들은 로마제국의 GDP 규모까지 계산하려 했지만, 이를 위해선 너무 많은 가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빙하핵에서의 납 배출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던 영국 옥스포드대 앤드류 윌슨 박사는 “납 배출 그래프가 로마의 GDP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말하진 않겠다. 그러나 아마 현재로선 그 당시의 경제적 건전성을 보여주는 최선의 지표이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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