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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헌법행위자 인명록 70%는 현존인물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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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헌법행위자 인명록 70%는 현존인물로 채운다

입력
2015.07.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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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공안사건 핵심 관계자 등 200~300명 내년 1차 명단 발표

김기춘·김황식·황우여 검토 대상, "당시 법령으로 범죄 여부 가릴 것"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제안' 기자회견에서 조영선(왼쪽부터) 변호사, 김희수 변호사, 고광헌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한홍구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관장, 서해성 소설가, 시사블로거 임병도씨가 편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제안' 기자회견에서 조영선(왼쪽부터) 변호사, 김희수 변호사, 고광헌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한홍구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관장, 서해성 소설가, 시사블로거 임병도씨가 편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2009년 해방 64년 만에 친일인명사전이 발간 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었지만, 수록된 친일파 대부분이 이미 세상을 떴습니다. 이번 반(反)헌법행위자 열전에서는 수록 인물 70% 가량이 살아있는 인물이 될 것입니다.”(성공회대 민주자료관장 한홍구 교수)

학계가 헌법 정신을 훼손한 ‘반(反)헌법행위자’ 인명록을 만든다. 부정선거, 인권유린, 조작 등으로 헌법을 유린한 이들이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본인이 법의 집행자였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법의 심판을 피해온 만큼, 이들을 역사의 법정에 불러 세우고 그 기록을 후대에 남긴다는 취지다.

성공회대 민주자료관과 평화박물관은 67주년 제헌절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반헌법행위자 열전(가칭) 편찬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회는 나름의 치열한 민주화 과정을 거쳤고 과거청산을 해왔지만, 학살 고문 조작 등으로 헌법 파괴를 일삼은 세력들이 여전히 권력자로 군림하며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홍구 교수는 “앞서 ‘과거사 피로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위원회들이 존재했지만 가해자 부분은 별로 건드리지 못했다”며 “처음부터 국회프락치 사건, 반민특위 무력화, 백범 김구 선생 암살 등으로 비틀댄 한국의 헌정사를 지금이라도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록 대상은 공직자 또는 공권력의 위임을 받은 자 중 그 직위와 권력을 이용해 ▦내란, 부정선거, 학살, 고문, 조작, 각종 인권유린 등 반헌법 행위를 자행한 자 ▦그 행위를 지시 또는 교사한 자 ▦이를 방지하거나 고발할 책임이 있으면서도 묵인 또는 은폐한 자 ▦적극 비호한 자 등이다. 반민특위 습격사건, 민간인 학살, 진보당 사건, 인혁당 사건, 학림사건, 부림사건, 유서대필 사건, 조작간첩 사건 등 주요 논란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과 고문수사관, 이를 묵인한 검사와 판사 등 200~300명의 이름이 오를 전망이다.

한 교수는 “제대로 된 인명사전을 만들려면 수 천명이 되겠지만 급한 대로 200~300명을 수록한 열전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며 “다만 오늘날의 잣대로 과거를 재단하려고 한다는 일부 문제제기를 반영해 당시의 법령으로 봐도 명백한 범죄행위 구성하는 행위를 중점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작 등으로 판명된 과거 사건의 길목을 지킨 전ㆍ현직 공직자 상당수가 반헌법행위자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은 물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 ▦김황식 전 국무총리(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관련 간첩 조작사건 판사) ▦이완구 전 국무총리(삼청교육대 전력 논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학림사건 배석 판사) 등이 모두 검토 대상에 올랐다.

제안자들은 이 같은 작업이 정부가 아닌 학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해성 소설가는 “한국 현대사를 보면 국가는 기억력이 없다”며 “여러 과거사위원회가 형사권을 갖지 못한 채 피해자들만 조사가 이뤄져 역사의 세탁소처럼 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각종 사료를 검토하는 한편 공안 조작, 고문 피해자나 가해제보도 광범위하게 수집할 계획이다.

이번 제안에는 고광현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김두식 경북대 교수, 김명인 인하대 교수,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희수 변호사,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 서해성 소설가,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조국 서울대 교수, 최강욱 변호사 등 40~50대 학자 및 시민사회단체 인사 33인이 참가했다.

이들은 광복절을 앞둔 다음달 12일 발기인 모임 및 학술대회를 열어 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중 명단을 1차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약 5년간에 걸친 열전 편찬 작업을 거친 뒤 반헌법행위와 국가폭력에 관한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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