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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사이 낀 한국 외교 ‘새우등’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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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사이 낀 한국 외교 ‘새우등’ 신세

입력
2016.06.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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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사드에 노골적 반발

미국은 남중국해 고리로 압박

카터 장관, 동맹국 열거하며

한국만 빼 우회적 불만 표시

한미 장관회담선 사드 논의 안해

한민구 “배치 의지 갖고 있다”

정부 갈팡질팡에 대북공조 차질

“국익 분명히…주도권 외교 필요”

'2016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4일(현지시간) 샹그릴라호텔에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과 회담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16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4일(현지시간) 샹그릴라호텔에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과 회담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국방부 제공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패권 다툼에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는 물론 안보 분야까지 심화하는 양국의 마찰로 한국의 외교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5일 폐막한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는 미중 간의 극한 대결에 끼인 한국의 위태로운 위치를 실감케 한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미중의 눈치를 살피기 보다, 우리 국익을 분명하게 밝히는 주도권 외교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에서 사흘간 열린 샹그릴라 대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미중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남중국해 갈등을 두고 양국은 총성 없는 ‘설전’으로 격돌했다. 우리 정부는 양국 눈치를 보는데 급급했고, 어정쩡한 입장으로 두 국가 모두에게 공격 받는 ‘동네 북’ 신세가 됐다. 중국은 사드 문제로 맹공을 퍼부었고,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고리로 압박했다. 그 사이 우리 정부가 최대 이슈로 부각하려던 북핵 문제는 뒤로 밀렸다.

미국은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 중국을 비난하지 않은 채 어느 누구도 편들지 않는 ‘로키 전략’을 취하는 우리 정부 태도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 장관이 4일 나선 기조연설에서 동맹국을 언급하며, 한국만 쏙 뺀 것이 대표적이다. 카터 장관은 강화된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안보 네트워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본, 호주, 필리핀,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이들 나라와의 협력 과정을 소상히 설명했지만 한국은 끝내 거명하지 않았다. 카터 장관은 3자 협력에 관해 언급할 때 미국과 일본의 파트너로 한국을 입에 올렸을 뿐이다. 한국을 뺀 미국의 ‘신 애치슨라인’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와 관련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으로부터 의도적으로 뺀 것이 아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적극 해명했다. 미국이 지난해 샹그릴라 대화 이후 해당 국가들과의 보다 진전된 협력 과정을 설명한 것으로, 한미는 이미 ‘철통 같은 동맹’을 맺고 있어 별도의 부연이 필요 없다는 취지였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관해 국방부가 갈팡질팡한 대목은 미중 눈치를 살피느라 우리 국익이 훼손된 대표적 사례다. 4일 열린 한미 국방회담에선 사드에 관한 논의가 일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의 ‘사’자도 안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한민구 장관이 한미 회담 직후 열린 본회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사드 배치)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밝히며 사드 논란에 재차 불을 지폈다. 지금껏 우리 정부에서 나온 사드 관련 입장 중 가장 강한 톤이었다. 이번 회의에 앞서 미국이 애드벌룬으로 띄운 ‘사드 배치 임박론’에 펄쩍 뛰며 발을 빼던 모습과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뒤늦게 미국의 심기를 맞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에 중국이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반발하면서 우리 정부는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한중 장관회담에서 우리 측이 사드는 ‘북핵 방어용’으로 중국의 우려가 과대평가 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뒷북 대응이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경제ㆍ대북제재 문제로 자신을 압박해 오는 미국에 대해 ‘사드 카드’를 활용해 반발하는 모양새다. 사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애매한 태도에 대북 제재 공조가 차질을 빚게 된 것은 뼈 아픈 대목이다.

문제는 미중의 양강 구도가 지속되는 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우리의 국익을 분명히 밝히는 일관된 원칙을 세우되, 전략적으로 판을 짜나가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싱가포르=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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