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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식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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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식생활”

입력
2016.08.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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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자연음식 요리학교 NGI의 조나단 셋나스키 CEO. 김신정 제공
미국 뉴욕의 자연음식 요리학교 NGI의 조나단 셋나스키 CEO. 김신정 제공

미국음식 하면 햄버거, 피자, 프렌치 프라이 등을 떠올리게 된다. 맛은 좋지만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이 미국의 일상 음식이라는 고정 관념이 있다. 그러나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에는 40년 가까이 ‘음식이 약’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건강을 염두에 둔 음식과 요리 교육을 실시해온 학교가 있다. 바로 내추럴 고메 인스티튜트(Natural Gourmet Institute, 이하 NGI)이다.

이곳은 푸드 테라피스트 앤 마리 콜빈 박사가 1977년 자신의 아파트에서 시작한 요리학교로, 자연 음식에 중점을 둔 요리학교로는 미국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콜빈 박사가 강조했던 마크로비오틱, 즉 음양의 조화를 따른 자연음식, 직접 조리해 섭취하는 음식, 친환경적 식재료 재배의 중요성과 ‘힐링 푸드’라는 개념은 한국에서 강조하는 그것과 다를 바 없지만 39년 전 미국에서는 별나고 특이하다고 여겨졌다. 미국 사람들에게 퀴노아와 케일이 생소했을 때부터 클래스의 식재료로 썼던 NGI는 그동안 2,6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냈다.

2015년 9월 CEO로 취임해 NGI에서 1주년을 맞는 조나단 셋나스키를 만났다. 그는 요리학교의 총 책임자로서는 색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신용카드 회사에 데이터 분석 분야를 도입해 15년간 키워나간 주인공이자 통신회사의 글로벌 비즈니스 책임자를 역임한 뒤, 건강식을 강조하는 요리학교의 총책임자로 취임했다. 그는 25년여 직장인으로 무척 바쁘게 살았다고 한다. 아침 7시에 출근, 끊임없는 회의 중 비서가 가져다 준 음식으로 식사를 하기가 일쑤였던 그에게 음식은 단순히 연료의 기능이었고, 일주일에 80시간에 달하는 업무와 잦은 출장의 연속으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 생활 가운데 별다른 이유 없이 자꾸 피곤하고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결국 일상생활에서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 후 3년간 캘리포니아에서 아유베다(식생활, 약초, 호흡을 통한 몸의 균형에 중점을 둔 힌두 전통요법) 건강센터를 운영하는 동생, 뉴욕의 의사, 지인 등을 통해 식생활을 완전히 바꾼 뒤 그 전과 비교할 수 없이 활기찬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그 과정에서 그는 음식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키워졌는지 또는 재배됐는지, 우리가 어떻게 먹는지를 제대로 알고 인식하는 이 모든 것이 식생활이고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다”라는 그의 말이 낯설지가 않다.

그는 음식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 아직 많은 이들에게는 호사스러운 사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더불어 그는 ‘커뮤니티,’ 즉 함께 하는 이웃의 중요성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선택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최선의 식생활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웰빙과 건강증진을 돕는 식재료와 조리법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죠.” 셋나스키는 식재료에 신경을 쓰다 보면 농부에 대한 존중,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신이 가진 지식과 실력으로 더 많은 사람이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데 일조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NGI에서는 클래스에서 쓰는 식재료의 25%를 지역농산물을 파는 그린 마켓에서 공급받는다. 조리 클래스에서는 ‘뿌리부터 잎까지’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며, 식재료로 쓰이는 동물이 어떻게 키워졌는가도 살펴본다. 또한 기본 요리 커리큘럼 외에도 제철·현지 식재료의 중요성과 동서양의 음식을 통한 치유법을 배우는 ‘푸드와 힐링’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는 요리책과 공유할 수 있는 강의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직접 NGI 클래스에 참여할 수 없는 이들과도 NGI의 음식에 대한 신념과 방법을 알릴 계획이라고 한다.

요즘 가장 즐겨 하는 요리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양파, 파프리카, 마늘, 호박 등 색색의 다양한 채소 구이를 꼽았다. 거기에 천연 발효빵을 곁들이면 간단하지만 푸짐한 한끼가 될 수 있다고. 그러다 가끔 친구들을 초대하면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고기와 소스를 듬뿍 얹은 라자냐를 만든다고 한다. 자신은 ‘거의 채식가’라고 강조하며 유쾌하게 웃는다.

김신정 반찬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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