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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나는 누구일까요?

입력
2015.08.2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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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온드라흐. 멋진 한국 남자랑 결혼해서 아이들 키우고 열심히 사는 평범한 아줌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 이름을 듣자마자 ‘온’이라는 성이 있는지 물어본다. 온드라흐는 이름이고 성이 따로 있다고 설명한다. 몽골에서는 한국 같은 고유의 성이 없고 아버지 이름이 자녀의 성이 된다. 내 아버지 성함은 ‘막사르자의’다. 따라서 내 이름은 ‘막사르자의 온드라흐’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평소에는 이름만 부른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부르기 어려워해 이름에 있는 ‘흐’를 빼고 ‘온드라’라고 줄여 다듬었다.

혼인신고하면서 남편이 내 이름을 ‘막살자의 온드라흐’라고 잘못 적었다. 생활에는 문제되지 않았지만 병원에 입원하면서 앞의 성만 차트에 들어가 내 이름이 ‘막살자’가 되었다.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들이 이름을 듣고 웃다가 수술 실밥이 터지는 사건도 있었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많았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름도 한국식으로 개명한 사람들도 많다. 어떤 분은 국적을 바꾸니 결국 이름만 남더라고 하셨다. 나는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이름도 그대로 살고 있다.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생활하기에 별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얼굴도 비슷하게 생겨서 외국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처음 한국어를 잘 못 알아들었을 때 사람들이 말을 걸어보고는 시원한 대답이 안 나오고 머뭇거리면 약간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하게 된 이후에는 내 이름을 말하면 항상 이름에 대해 물음표가 생겼다. 그때마다 나의 출신국과 한국에 온 사연에 대해 보충 설명에 들어갔다. 설명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이 다 다르지만 대부분 “다문화가족이네”라고 한다.

1990년 이후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이 많이 늘면서 거주 형태가 다양해졌다. 그들을 유학생,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족 등 갖가지 이름으로 부르며 한국 생활 적응 등을 지원하기 위해 외국인처우법, 다문화가족 지원법이 구성됐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들에게 적합한 명칭을 찾아내는 일이 가장 어려웠을 듯하다. 외국인, 이주민, 외국계주민, 다문화가족, 결혼이민자 등 거주 형태에 따라서 명칭이 다양하다. 우리 아이들도 ‘다문화가족자녀’란 명칭에 속하게 되었다. 본인들은 그 명칭을 싫어한다고들 한다. 한 친구는 “한국 사람들은 별명을 잘 지어낸다. 몽골에서는 내 이름 뒤에 뭐를 붙여 부르는 것을 싫어했는데 여기서는 내 이름 뒤에 다문화가족, 결혼이민자 등이 붙어서 기분 나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사회 일부에서 다문화가족, 결혼이민자는 한국인과 결혼했으니 한국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나 또한 한국어를 빨리 배우고, 한국 문화를 알고, 한국 정서에 맞추어 사는 것이 가장 모범적이고 바람직한 정착 과정이라고 머리로는 생각한다. 또 그것이 배우자 및 한국사회가 바라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나 역시 하나의 인격체라는 점과 정체성을 존중 받고 싶고, 주변에서 나의 정서를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어본다.

요즘은 외국인 숫자가 전 국민의 3%가 넘어 진정한 다문화사회라고들 한다. 다문화사회에서는 한 국가에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 것을 말한다. 세계 어느 나라든 그 민족만의 역사, 문화, 언어가 있지만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한 나라에서 서로의 역사 및 문화를 존중하며, 같은 언어로 소통하여 같은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일이다. 출신이 어디고, 어떤 형태로 살며, 무슨 이름으로 불렸는지를 떠나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의무와 권리를 지키며 사는 것이 통합된 다문화 사회를 만든 뿌리다.

나는 나일 뿐이다. 나는 몽골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살고 있고, 앞으로 다른 어디에서 살지도 모른다. 지구 어느 곳에 있던 나는 나일 것이다.

막사르자의 온드라흐 서울시 외국인부시장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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