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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빈줄 알았는데 약 바꿨더니 1주일만에 벌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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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빈줄 알았는데 약 바꿨더니 1주일만에 벌떡

입력
2017.12.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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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뇌성마비 오진 11년간 엉뚱한 치료

2012년 재활병원 물리치료사가 이의 제기

재진단 결과 “뇌성마비 아닌 세가와병”

도파민 투여 후 1주일만에 다시 걸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뇌병변(강직성 하지마비) 진단을 받고 10여 년간 누워 지내다시피한 환자가 약을 바꾼 지 1주일만에 걷게 된 사실이 알려졌다. 중국 미국의 유명 병원도 몰랐던 병명을 서울의 한 대학병원 물리치료사가 “뇌병변이 아닌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하면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대구지방법원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A(20ㆍ여)씨는 3살 때부터 까치발로 걷는 등 또래와 다른 이상한 점이 보였다. 상태가 심해지자 A씨 부모는 병원을 찾았다. 2001년 대구의 B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 강직성 하지마비라는 뇌병변 진단을 받았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거의 누워 지내야 했다. 2005년, 2008년 등 수차례에 걸친 입원치료로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2009년엔 경직성 사지마비 진단까지 받았다.

A씨 부모는 대구지역 다른 대학병원은 물론 서울의 유명 병원에도 찾았지만 어느 곳도 정확한 병명을 몰랐다. 3년이나 다닌 국내 최고라는 병원에선 “진단불명”을 내렸다. 중국 미국까지 건너가 치료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급기야 뇌병변 장애 1급판정을 받을 정도로 심해졌다.

5년 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A씨를 치료하던 대구 수성구의 한 재활전문병원 물리치료사가 “뇌병변이 아닌 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하면서부터다. A씨 부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구에서 찍은 MRI사진을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으로 들고 갔다. 판독 결과 “뇌성마비가 아닌 도파반응성 근육긴장”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세가와병’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병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의 이상으로 도파민 생성이 줄어 생긴다. 다행히도 소량의 도파민을 투여하면 특별한 합병증 없이 증상이 호전되고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약을 바꾼 지 1주일. A씨는 스스로 두 발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사이 대가는 너무나 컸다. 10여년을 누워 지내다 보니 척추측만증이 와 수술을 해야 했다. 부모는 A씨를 업어서 학교에 등하교시키는 고통을 겪었다. 사업도 기울었다.

A씨 부모는 2015년 해당 병원을 상대로 4억4,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지방법원 민사11부(신안재 부장판사)는 최근 이 병원에 대해 1억원을 배상하라는 강제조정결정을 내렸다. 당시 의술로는 세가와병을 발견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병원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200만 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세가와병은 1999년쯤부터 알려지기 시작했고, 소아신경학 교과서에 2013년에야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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