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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공연ㆍ맥주집에 투자해 돈 번다… P2P금융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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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공연ㆍ맥주집에 투자해 돈 번다… P2P금융 전성시대

입력
2017.04.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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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정모(34)씨는 평소 자주 가는 힙합커뮤니티카페에서 가수 공연에 투자하는 개인간(Peer to Peerㆍ P2P) 대출 상품을 알게 됐다. P2P업체 피플펀드를 통해 공연 기획사에 제작비를 빌려준 뒤 티켓 매출 등의 공연 수익금으로 되받는 구조다. 좋아하는 가수를 위한 투자에 수익률도 17%나 된다고 하니 귀가 솔깃해진 정씨는 100만원을 투자했다. 정씨는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투자라 이해도 쉬웠고 힙합파티 공연티켓까지 받을 수 있었다”며 홈쇼핑 매출 담보 상품 등 다른 P2P 상품들을 알아보고 있다.

작년부터 급성장한 중금리 P2P금융

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P2P 업계로 옮겨가고 있다. 온라인에서 중금리로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P2P 금융은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대출자 입장에선 저축은행보다 금리가 낮고, 투자자 입장에선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체들이 개인신용대출과 부동산 투자에 머무르던 기존 사업 영역을 최근 식음료와 문화예술 영역으로 확대하면서 젊은층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40개 업체가 가입한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891억원에 불과하던 P2P 누적 대출액이 지난 2월말엔 6,276억원까지 급증했다. 불과 9개월 만에 7배로 커진 것이다. 업계 1위인 테라펀딩의 대출액은 업계 최초로 1,000억원도 돌파했다. 부동산이 전문인 이 업체의 전체 투자자는 6,000명 가량인데, 이들의 평균 투자금액은 1,700만원에 육박했다. 연령대별 투자자 비중은 30대(45.4%)가 가장 높았고, 40대(25.6%) 20대(13.0%)가 그 뒤를 이었다. 이승행 P2P금융협회장은 “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투자자들이 중금리의 안정적 투자가 가능한 P2P로 몰리고 있다”며 “차입자 입장에서도 제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어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이색 상품 잇단 출시로 진화

P2P금융의 투자 대상은 개인 신용대출과 건축자금 대출, 경매 배당금 등 부동산 관련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이색 투자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소액 투자도 활발한 추세다. 직장인 안모(33)씨는 P2P업체 미드레이트를 통해 최근 쌈짓돈 20만원을 수제맥주집 ‘브롱스’에 투자했다. 이 업체는 이미 건대점, 노원점에서 펀딩에 성공한 터라 안씨는 1억5,000만원을 모집하는 수유점 개장 상품에 참가했다. 안씨는 P2P투자의 장점에 대해 “13%의 높은 수익률도 좋지만 투자하기 쉽고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은행이 아닌 맥주집에 투자하는 게 재미 있었다”며 “투자 금액에 따라 매장 명판에 이름을 새겨주거나 무료 맥주를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도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P2P업체 줌펀드도 최근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열기 위해, 펀다는 외식 가맹점 창업을 위해 투자자금을 모집했다.

미술품을 담보로 한 신용대출 상품도 등장했다. 미드레이트는 감정가 5,000만원인 고영훈 화가의 '스톤북'이라는 작품을 소유한 30대 남성에게 이 작품을 담보로 2,000만원을 빌려줬다. 이 업체는 22명으로부터 2개월 상환 조건으로 투자금을 모았다. 미드레이트 홈페이지에 이 상품이 출시되자 투자금을 모두 모으는 데는 1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이돌 공연에 투자하는 P2P상품도 있다. 줌펀드는 지난 2월 남성 아이돌 그룹의 아시아 공연에 투자하는 상품을 판매했다. 오는 9월부터 대만, 홍콩 등 동남아 5국과 베이징 등 중국 3개 도시에서 개최하는 팬 미팅과 관련된 공연 자금을 모집했다. 투자 기간은 4개월, 기대 수익률은 연 18%로 총 투자금 5억원을 모았다. 투자금액 상위 30명에게는 아이돌 멤버의 사인 CD도 제공했다.

원금 보장 안 되고 수익의 27.5%는 세금

하지만 P2P 투자를 할 때는 안전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P2P투자는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이고, 사업 부실 등으로 연체가 발생할 수도 있다. P2P업체 빌리는 지난 1월 부동산 투자 상품 상환 만료일에 약속된 자금을 돌려주기 어렵다고 투자자들에게 통보 후 2월에 전액 상환한 바 있다. 어니스트펀드도 지난달 25억원 규모의 안동 동부센트레빌 아파트 신축사업 투자상품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사업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조율이 지연되면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투자금을 모두 돌려준다는 입장이다. P2P업계의 평균 연체율과 부실률은 각각 0.09%, 0.20% 수준이다. 연체는 90일 미만 상환이 지연되는 것이고 부실은 그 이상 장기 연체되는 상황을 뜻한다.

세금도 감안해야 한다. 현행법상 P2P투자로 얻은 수익은 이자소득으로 분류돼 전체의 27.5%(대부업 이자소득세 25%, 지방소득세 2.5%)의 세금이 부과된다. 실제 손에 쥐는 수익은 생각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중간에 해지가 힘들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업체가 믿을 만한 회사인지와 P2P협회에 가입돼 있는지 등을 먼저 확인하고, 투자 상품을 선택할 때도 담보 설정이 제대로 돼 있는지 등을 세밀히 점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P2P 개인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업체당 투자금액을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P2P 투자상품은 원금보장 상품이 아니라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라며 “’담보 대출이니 걱정 말고 투자하라’는 건 광고문구일 뿐이고 투자 손실은 투자자의 몫인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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