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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시신 신고한 농민 보상금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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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시신 신고한 농민 보상금 못 받는다

입력
2017.08.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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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신고대상 누군지 인식했어야”

단순 변사자 신고는 지급 의무 없어

신고보상금 5억원이 걸렸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처음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농민에게 정부가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신고자가 유 전 회장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단순 변사자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전남 순천에 사는 박모씨는 2014년 6월 12일 자신의 매실 밭에서 부패한 상태로 놓여있는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라고 신고했다. 한겨울에나 입을 두꺼운 옷을 입은 상태였던 시신 주변에는 소주병 2개와 막걸리병 1개가 놓여 있었고, 부패가 심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역시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고 40여일 뒤인 7월 22일에서야 신원이 유 전 회장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검찰과 경찰은 ‘특경법 위반 피의자 유병언 수배, 신고보상금 5억원’이라는 지명수배 전단을 전국에 배포했다. 박씨는 “신고 당시 사체의 신원을 알지 못했지만, 사후에 유 전 회장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정부가 내건 보상금 가운데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며 정부를 상대로 1억원대 민사소송을 냈다. 박씨는 “현상광고를 보면 유병언이라는 사실을 밝혀서 신고해야 한다거나 유병언이 검거돼야 한다는 것을 별도로 명시하는 조건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소송 쟁점은 박씨의 신고행위가 수사기관이 낸 광고(수배전단)에 표시된 내용을 충족시켰는지에 맞춰졌지만 법원은 박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보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유병언을 신고’하는 행위는 그 신고 대상이 유병언이라는 점을 밝혀서 수사기관에 제보하는 행위를 말한다”면서 “신고 대상이 유병언이라는 사실을 밝혀서 신고해야 보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본질적이고 중요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유 판사는 “박씨 신고로 수사절차가 종결돼 국가가 수사비용을 더 이상 지출하지 않게 된 점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도 “이런 이익의 제공자인 박씨가 다른 법적 근거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이 소송의 쟁점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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