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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절반도 안 된 이라크 총선, 정국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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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절반도 안 된 이라크 총선, 정국 시계 제로

입력
2018.05.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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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바그다드 서부 라마디 지역 주민들이 12일 총선에 투표를 마친 뒤 일종의 투표 인증 샷인 보라색 인주를 묻힌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라마디 지역은 IS가 점령했던 지역이다. 라마디=AP 연합뉴스
이라크 바그다드 서부 라마디 지역 주민들이 12일 총선에 투표를 마친 뒤 일종의 투표 인증 샷인 보라색 인주를 묻힌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라마디 지역은 IS가 점령했던 지역이다. 라마디=AP 연합뉴스

“투표가 이라크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12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을 대하는 이라크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이라크 선거 관리위원회가 집계한 투표율은 44%. 4년 전 치러진 총선 투표율(62%)과 비교하면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얼마나 거셌는지 알 수 있다.

재선을 노리는 친미 성향의 하이데르 알 아바디 현 총리가 이끄는 정파가 근소하게 앞설 것이란 예상이지만, 과반을 점유한 단독 정부 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경우 친 이란 성향의 정파들의 내각 참여가 불가피해 이라크에서 이란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의원 내각제인 이라크는 의회(329석) 구성에 따라 최고 권력자인 총리가 결정된다. 결과는 14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이다.

이번 이라크 총선은 지난 3년 간 이어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종식 이후 치러졌다는 점에서 이른바 IS 선거로 여겨졌다. IS 내전을 진두지휘 한 알 아바디 총리 입장에선 재신임 투표인 셈이다. 대항마로는 전임 총리를 지낸 누리 알 말리키가 꼽힌다. 알 아바디 총리가 미국의 지원을 받는 데 비해 알 말리키 전 총리는 이란과의 관계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국민들은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아파의 성지인 나자프에서 만난 23세 건설 노동자 아미르 아베드씨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정치인들이 물러나더라도, 더 나쁜 인물들로 대체될 뿐”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치인들에 대한 환멸이 낮은 투표율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만연한 부정부패, IS 사태를 초래한 안보 불안, 높은 실업률, 부족한 사회서비스 등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래로 어떤 문제도 뾰족한 해결책 없이 방치돼 왔다는 것이다.

50%도 안 되는 저조한 투표율은 재선을 노린 알 아바디 총리에게 큰 타격이다. 전문가들은 알 아바디 총리가 근소하게 이기더라도, 단독 정부 구성은 어려워 다른 정파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정부 구성에 수개월이 걸릴 수 밖에 없고, 알 아바디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선거는 끝났지만 이라크 정국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정부에 놓인 과제도 수두룩하다. 워싱턴포스트는 ▦IS와의 전투 속에서 파괴된 도시 재건 작업과 그 재원 마련 ▦오일 머니 하락세를 극복할 경제 활성화 방안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 설정 등을 꼽았다. 당장 연립정부 구성에서 이라크 내 주둔 미군 문제가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알 아바디 총리의 경우 현 수준의 병력 규모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친 이란 세력들은 미군 규모를 줄이고 활동도 규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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