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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사 복원” 대통령 한 마디… 졸지에 폐교 위기 놓인 행복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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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사 복원” 대통령 한 마디… 졸지에 폐교 위기 놓인 행복학교

입력
2018.09.13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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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보호구역에 포함 이전 대상 

 학부모 “인근 학교 부지도 없는데 

 김해시 말도 없이 일방적 추진” 

 보호구역 과도하게 설정 논란까지 

 김해시 “내년 대책 협의” 해명 

김해 가야사 2단계 사업 예정지인 구산동 일대 전경. 김해시 제공
김해 가야사 2단계 사업 예정지인 구산동 일대 전경. 김해시 제공

“예산 받는데 급급할 뿐 소통은 없었어요.”

경남 김해시 구산동 구봉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뿔났다. 김해시가 학부모들에게 일언반구 없이 추진한 문화재보호구역 지정 신청 탓에 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서다. 이번 일은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인 가야역사 복원과 관련돼 있다. 학부모들이 제기한 교육권 침해 주장은, 과연 해당 부지에 가야 관련 문화재가 묻혀있는지 여부 논란으로 옮겨가고 있다.

12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남 김해시 구산동 일대 9만3,485㎡가 5일 사업비 1,400억원에 달하는 가야사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최종 지정됐다. 김해시가 문화재청에 제출한 계획안대로라면 보호구역에 포함된 구봉초등학교 김해서중학교 김해건설공고 3개 학교는 2021년까지 이전해야 한다.

이 중 구봉초등학교의 반발이 유독 거세다. 5일엔 상경 집회까지 열었다. 이은영 학부모비상대책위원장은 “학교 인근에 부지가 없어 이전은 불가능하고 통폐합밖에 없는데, 다른 초등학교는 너무 멀리 있거나, 아이들을 모두 수용하기엔 규모가 적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동문회 차원에서 항의를 한 정도다.

구봉초등학교 문제는 가야사 복원에 얽힌 지난한 과거와 혁신학교로 상징되는 학구열, 지방자치단체의 졸속 행정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은 학교 부지가 경남교육청 소유인데도 김해시가 학교 입장이나 교육권 침해에 따른 대책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계획을 강행했다고 비판한다. 아울러 3월 관련 기관 회의가 한 차례 있었을 뿐, 정작 학교의 주인인 학부모와 학생들은 전혀 몰랐다고 항변한다.

해당 지역의 가야사 복원 사업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도 진행됐다. 당시 김해시청과 경남교육청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김해시가 재원 확보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폐기된 것이나 다름 없던 사업을 김해시가 12년 만에 들고 나온 것이다.

12년의 공백 동안 구봉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로 거듭났다. 경남교육청은 2016년 구봉초등학교를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로 지정했다. 이후 다른 지역에 살던 학생들도 전학을 오면서 구봉초등학교 학생 수는 2014년 275명에서 현재 324명으로 늘었다. 혁신학교에 대한 기대를 품고 옮겨 온 학부모들 입장에선 그만큼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이영란 구봉초등학교 교감은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실제 이곳에 가야 유물이 다수 묻혀있는지도 의문이다. 김해시는 지난해 구봉초등학교 인근에서 가야시대 덧널무덤과 돌널무덤이 발굴된 것을 근거로 들었으나, 일부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위원은 김해시가 불필요한 지역까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이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한 문화재위원은 “가야 유물이 발굴됐다지만 극히 일부 지점에서만 확인된 것”이라며 “보호구역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것은 다른 사적지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크게 어긋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에 가야 역사 연구 및 복원 사업이 이번 정부 국정과제라 김해시가 무작정 밀어붙였다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이 “국정과제 속에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꼭 포함시켜달라”고 말한 일주일 뒤 구산동 일대 현지조사를 벌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당시에도 보호구역 지정이 시급한 일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김해시가 국정과제로 채택돼 예산을 끌어올 수 있는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식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청은 국정과제를 발목 잡는 모양새를 피하려고 김해시 행보에 적극 제동을 걸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김해시는 한 발 빼는 모양새다. 김해시 관계자는 “계획은 계획일 뿐, 언제든 변경 가능하다. 내년도 예산이 책정되면 학교 및 학부모들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해 가야사 2단계 사업 완성 뒤 조감도. 김해시 제공
김해 가야사 2단계 사업 완성 뒤 조감도. 김해시 제공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김해=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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