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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색 인도네시아 1…초록 우붓과 파랑 길리

입력
2017.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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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우붓의 계단식 논
인도네시아 우붓의 계단식 논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파푸아뉴기니와 국경을 맞댄 세계 최대 군도 국가다. 섬이 정확히 몇 개인지에 대해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표한 섬 개수는 1만7,508개, 이중 8,000여개는 무인도며 약 6,000개의 섬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한다. 지리공간정보국은 1만3,466개, 국립항공우주연구소는 1만8,306개로 발표해 오차가 무려 5,000개에 이른다.

이렇게 섬이 많은 인도네시아의 총 면적은 192만㎢로 세계에서 16번째로 크다. 대한민국의 약 20배다. 동서간의 거리는 5,120km, 남북간은 1,888km다. 154개의 해양국립공원이 있으며 산호초 면적만 8만5,200㎡에 달한다.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여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 하나의 잣대로 규정하기엔 너무 다양하고 큰 나라지만 그 동안 만났던 인도네시아의 일부를 ‘4가지 색’이라는 프레임에 넣어 개념을 잡아보았다. 우선 2가지 색, 초록(우붓)과 파랑(길리)을 소개한다.

초록(Green) 우붓-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는 영성 도시

발리의 지형을 사람의 뇌 모양에 비유하는데, 우붓의 위치는 소뇌 즈음이다. 소뇌는 귓속의 평형기관과 연결되어 평형감각을 조절한다. 우붓은 그런 곳이다.

우붓의 초록, 바라보는 것만으로 편안한 휴식이다.
우붓의 초록, 바라보는 것만으로 편안한 휴식이다.

삶의 균형이 깨졌을 때, ‘정말 이것뿐인가’라는 질문이 피어 오를 때, 지친 마음을 누이러 찾게 되는 동굴 같은 곳이다. 우붓은 발리 중부의 기안야르(Gianyar) 지역에 속해 있으며, 험난한 산기슭과 계곡, 계단식 논으로 둘러싸인 모습이다. 원래 이곳은 허브와 각종 약용 식물의 주요 산지였다. 우붓(Ubud)이라는 명칭도 약을 뜻하는 발리어 우바드(Ubad)에서 유래했다. 구능레바 사원(Pura Gunung Lebah)을 비롯해 종교적인 순례지로 각광받던 우붓은 19세기 후반 기안야르 왕이 다스리던 시기에 가장 번성했고, 독일 화가 월터 슐츠 등 유럽인들이 모여들면서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변모하게 된다. 약 8만명의 주민이 사는 호젓한 도시다.

우붓은 풀빌라와 대규모 리조트 단지, 서핑의 메카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 발리의 다른 관광지와는 분위기가 대조적이다. 내륙에 위치한 우붓은 예술을 논하고 영성을 찾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순박하고 다소곳하지만 깊고 풍부하다. 푸른 바다도, 늘씬한 비키니 미녀들도 없다. 싱그러운 초록의 공기를 내뿜는 숲 속에서 명상과 독서, 산책만으로도 만족스러운 풋풋한 향기를 풍기는 휴양지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30대 전업작가 리즈는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우붓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며 치유를 경험한다. 굳이 영화의 배경임을 강조하지 않아도, 우붓에 들어서는 순간 분명히 떠오르는 심상이 있다. 인간이라면 사는 동안 꼭 답해야 할 근원적인 질문들이 가득한 곳이다.

우붓에 자리한 세계적 리조트들은 대부분 산자락에 계단식으로 층층이 지어졌다. 침실에서도 초록 내음이 상쾌하고 깊은 계곡의 물소리가 들린다. 왕국의 후예답게 리조트 직원들도 평화롭고 여유가 넘치며, 배려와 품위가 몸에 배어 있다. 유기농 농장을 직접 운영하는 리조트가 많아 언제나 싱싱한 재료로 만든 발리식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산새와 물소리를 들으며 스파도 하고 요리나 요가를 배우며 깨져버린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곳이다.

파랑(Blue) 길리-오직 여행자를 위한 섬

발리를 여행한 사람들은 롬복에 대해 한가롭고 여유로워서 좋다거나, 아직 개발이 덜 된 순박한 촌 동네 같다는 말을 하곤 한다. ‘발리는 태양, 롬복은 달’이라는 식으로, 발리를 기준으로 롬복을 평가해 온 탓에 제주도 옆 우도처럼 롬복을 발리의 부속 섬으로 여긴다. 실제 롬복에 대한 수많은 여행책자나 후기는 관용어구처럼 ‘관광지로 개발되기 전의 발리 모습을 간직한 천혜의 땅’이라고들 표현한다.

길리의 흔한 해변 풍경
길리의 흔한 해변 풍경
길리 바닷속의 거북이
길리 바닷속의 거북이

하지만 롬복 여행자들이 엑기스처럼 여기는 곳은 본 섬이 아니라, 롬복에 딸린 섬 ‘길리’다. 길리는 롬복에 대한 기존 평가를 모두 뒤집는 '여행자의, 여행을 위한 섬’이다. 보통 '길리'라 하면 롬복 북서쪽에 위치한 3개의 작은 섬을 통틀어 고유명사처럼 쓴다. 길리는 사삭어로 '섬'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길리 섬'이라 부르면 '섬 섬'이라는 뜻이라 그냥 길리라 부르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에는 '길리'라는 이름이 들어간 섬이 꽤 많아 '유사 섬'에 주의해야 한다.

‘윤식당’ 촬영지는 길리 삼총사 중 가장 큰 섬인 길리 트라왕안(Gili Trawangan)이다. 마치 하루 섬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섬 주민은 없이 여행자과 종업원들만 있고, 해가 지면 본 섬인 롬복으로 퇴근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랄까? 오가는 사람들도 폐장시간 전에 모든 놀이기구를 타 버리려는 결의에 찬 아이들처럼, 작정하고 최선을 다해 즐기려는 열정으로 가득한 섬이다. 이렇게 놀이동산 같은 인상을 준 데는 조랑말이 끄는 수레(혹은 마차)인 ‘치모도’가 큰 역할을 했다. 교통수단이라곤 치모도와 자전거뿐이라 테마파크에 유람 온 기분이 들 수 밖에 없다.

‘윤식당’ 시청자라면 짐작했겠지만, 에메랄드 빛깔 바다가 섬 전체를 둘러싸고 있고, 티셔츠 한 장을 걸쳐도 모델 같은 유럽 여행객들이 화보처럼 해변에 누워 선탠을 즐긴다. 작고 예쁜 카페, 바, 클럽, 레스토랑이 해안 주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있다. 몰디브와 보라카이를 섞어 놓은 듯 한 분위기다. 낮에는 활기 넘치지만 시끄럽지는 않은 ‘서구식’ 휴양지, 밤에는 시쳇말로 ‘지옥’을 경험하는 클럽과 바가 불야성을 이룬다. 밤이면 특히 유럽인들 세상이다. ‘윤식당' 손님도 독일, 프랑스인들이 많았는데, 실제 통계로도 길리 여행자의 80%가 장기간 여행하는 유럽인들이라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길리가 한국에도 꽤 알려지면서 대한항공이 7월 29일, 8월 2ㆍ6일, 그리고 10월 1ㆍ5일 인천~롬복 직항 전세기를 띄운다. 유럽인 일색의 길리 분위기도 조금은 바뀔 모양이다.

※’네 가지 색 인도네시아2-노랑과 하양’ 편으로 이어집니다.

박재아 여행큐레이터 DaisyParkKorea@gmail.comㆍ사진제공 인도네시아관광청(VITO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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