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

등록 : 2018.07.13 04:40
수정 : 2018.07.13 07:55

반성해야할 때 남 탓하고, 실행해야할 때 눈치 보는 축구협

등록 : 2018.07.13 04:40
수정 : 2018.07.13 07:55

[리셋 한국축구]<하> 공감·실행력 부족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 전경. 대한축구협회 제공

“집에 가니 딸이 ‘적폐’가 뭐냐고 묻더라고요.”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쓴웃음을 지었다. 축구협회에는 130명의 임직원과 38명의 전임지도자가 일한다.한 해 예산은 700~900억원 규모로 99%가 후원이나 방송 중계권 등에 의한 자체 수입이다.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 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고 체계도 잘 갖춰져 있는 곳이 축구협회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부패하고 무능한 집단’ 취급을 받고 있다. 러시아월드컵 기간 “축구협회 해체를 요구 한다”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축구협회는 유소년축구부터 시작해 한국 축구의 전반을 책임지고 있지만 싫든 좋든 실제 평가 받는 것은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월드컵이다. 한국 축구의 체질을 바꿔나가는 장기 비전을 차질 없이 실행하기 위한 동력도 결국 성인대표팀 경기력과 성적에서 나오는 게 현실이다.

정몽규(56) 회장이 2013년 1월 부임한 뒤 한국은 두 번의 월드컵(2014, 2018)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 단순히 16강 진출 실패만 따지는 게 아니다. 선수들이 제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4년 간 월드컵을 치밀하게 준비했느냐를 놓고 보면 축구협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 참패를 ‘반면교사’ 삼겠다며 백서까지 만들고도 똑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축구협회 임원들. 왼쪽부터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정몽규 회장, 홍명보 전무. 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협회 임원들의 소통, 공감 능력도 아쉬웠다. 지난 5일 기자간담회 때 “대표팀 인기가 왜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 회장의 첫 대답은 “남북 정상회담 등 정치적 이슈가 많아서”였다. 홍명보 전무는 축구협회에 쓴 소리를 한 방송 3사 해설위원과 관련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기자간담회가 허심탄회한 자리이지 않았느냐. 회장과 전무가 틀린 말 한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해명보단 반성이 먼저여야 했다. 왜 팬들이 분노하는지 여전히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간담회 뒤 정 회장은 홍보 라인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하는데 이 또한 잘못 판단한 듯하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유소년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축구협회도 뒷짐만 지고 있진 않다. 유럽 선진국에 조사단을 파견해 한국형 육성 시스템인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비전 해트트릭 2033’과 같은 청사진도 내놨다.

그러나 얼마나 잘 추진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의 목소리가 높다. 과거 축구협회 부회장을 지낸 인사는 “한국 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정 회장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진전이 더디다. 정책 하나 펼치려면 온갖 반대가 나오는데 의견 수렴도 좋지만 지금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몇몇 정책을 두고 일선 시도협회의 눈치를 살피는 것에 대해서는 “차기 회장 선거를 너무 의식한다(시도 축구협회장들이 투표권 행사)”는 비판도 나온다.

정 회장은 19년 째 프로구단(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를 맡고 있고 축구협회 수장을 맡기 전 2년 동안 프로축구를 관장하는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지냈다. K리그 활성화가 핵심 과제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그는 취임 당시 ‘통합 마케팅(A매치 중계권 계약에 K리그 중계 의무 조항을 삽입한 마케팅 방안)’을 약속했지만 6년 째 진전이 없다. 프로구단 관계자는 “방송사, 후원사는 당연히 노른자(A대표팀)만 취하고 싶지 계란껍질(프로축구)까지 먹고 싶겠느냐. 뻔히 예상됐던 그들의 반대 때문에 못하겠다니 답답하다. 결국 실행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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