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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그리니치 왕립천문대(8.10)

입력
2018.08.10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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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시공간의 원점인 그리니치천문대 건립공사가 1675년 오늘 시작됐다.
근대 시공간의 원점인 그리니치천문대 건립공사가 1675년 오늘 시작됐다.

그리니치 천문대는 지구의 공간과 시간을 ‘근대적’으로 획정한 장소다. 좌우의 경도를 나누는 기준선(본초자오선)을 품었고, 거기서부터 세계의 시간을 1도당 4분씩 배분하는 표준시가 시작됐다. 그리니치는 그러니까 근대 시공간 좌표의 원점이다. 그 천문대 건립공사가 영국 왕 찰스 2세의 지시로 1675년 8월 10일 착공했다.

대항해 시대를 거쳐 온 유럽 항해자들의 숙원 중 하나가 망망대해에서도 자신들의 좌표를 확인하는 거였다. 정확한 해로를 찾으려면 제 위치를 알아야 했고, 미래를 전망하려면 시간을 파악해야 했다. 그들은 해와 달, 별의 운행과 위치만으로 뱃길을 열던 시대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영국이 이 천문대를 지은 건 세계 지배의 열망이 남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선박들이 그리니치 기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점차 그 기준이 세계의 기준이 됐고, 1884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회의가 그리니치 표준시(GMT)를 세계의 시간으로 사후적으로 승인했다. 이후 세계의 공간과 시간은 그리니치와의 관계를 통해 결정됐다.

천문대는 20세기 이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여러 차례 위치를 옮겨 다녔지만, 세계가 공유한 본초자오선은 내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지구상 특정 지점의 위도와 경도, 고도와 깊이를 측정하는 측지좌표의 기준면인 가상의 지표면 ‘지오이드(평균해수면을 확장한 가상의 구)’가 1979년 국제측지학협회에 의해 채택되면서 본초자오선도 어쩔 수 없이 원래의 자오선보다 동쪽으로 약 100m가량 이동하게 됐고, 지구 자전속도 오차 때문에 그리니치 표준시 역시, 적어도 통신 기상 등 과학 분야에서는 세슘 진동수로 결정하는 협정세계시(UTC)에 밀려났지만, 아직 그리니치의 상징적 권위가 건재한 까닭은 그로 하여 근대세계의 좌표가 비로소 만들어졌다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 때문일 것이다.

천문대는 1998년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고, 기존의 관측 및 연구 기관들은 러더퍼드 애플턴연구소 등 관련 기관으로 분산됐다. 지금 천문대는 런던 해사박물관의 일부로, 저 근대가 시작되던 시공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관광지가 됐지만, 아직도, 공식적으로도, 천문대(Royal Observatory, Greenwich)라는 이름을 놓지 않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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