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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오세혁 '문제적 작가 이상' 무대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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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오세혁 '문제적 작가 이상' 무대 올리다

입력
2017.09.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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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이 21일부터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꾿빠이, 이상'으로 소설가 김연수(왼쪽)와 극작가 오세혁이 만났다. 2001년 나온 김 작가의 동명 소설이 오 작가의 각색으로 창작가무극으로 재탄생됐다. 서울예술단 제공
서울예술단이 21일부터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꾿빠이, 이상'으로 소설가 김연수(왼쪽)와 극작가 오세혁이 만났다. 2001년 나온 김 작가의 동명 소설이 오 작가의 각색으로 창작가무극으로 재탄생됐다. 서울예술단 제공

“3년 전에 이곳에서 만났는데 여기서 또 만나네요.”

14일 시인 이상(1910~1937)의 집터에서 소설가 김연수(47)와 극작가 오세혁(36)이 만났다. 문화공간인 서울 통인동 ‘이상의 집’에서다. 서울예술단이 21일부터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꾿빠이, 이상’이 연이 됐다. 2001년 나온 김 작가의 동명 소설은 오 작가의 각색으로 창작가무극(뮤지컬)으로 재탄생했다. 김 작가의 장편소설이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이다.

소설은 일본 도쿄대학 부속 병원 유학생들이 만든 이상의 데드마스크(죽은 사람 얼굴을 석고 등으로 형을 뜬 것)가 사라져 지금은 어디서도 볼 수 없다는 데서 착안했다. 원작은 잡지사 기자 김연화와 아마추어 이상 연구자 서혁민, 재미교포 이상 연구자 피터 주의 시점에서 데드마스크를 좇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뮤지컬에선 어떤 점이 달라지는지, 두 작가에게 시인 이상은 무슨 의미인지 얘기를 들어 봤다.

두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김연수(김)=“이곳 이상의 집에서 매년 이상 시인의 기일에 맞춰 예술가들이 이상을 기리는 행사가 열린다. 2015년 연극계 대표로 오 작가가 참석했을 때 처음 봤다. 그날 이후 오늘 처음 만났다.”

오세혁(오)=“2015년 당시 지인 13명에게 전화해 ‘이상이 누군지 말해달라’고 했다. 천재, 미친 사람, 병균 같은 사람, 나 자신 등 다양한 대답이 나온 게 흥미로워 이상에 대한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마침 서울예술단에서 김 작가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고 하기에 기쁘게 참여했다. 원래 김 작가의 소설 ‘밤은 노래한다’를 공연으로 만들고 싶었다. 언젠가 허락해 주면 좋겠다.”

'꾿빠이, 이상'의 원작자인 소설가 김연수는 서울예술단의 공연을 본 관객들이 "내용으론 뭘 봤지 싶더라도, 인상적으로 남는 것이 많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 제공
'꾿빠이, 이상'의 원작자인 소설가 김연수는 서울예술단의 공연을 본 관객들이 "내용으론 뭘 봤지 싶더라도, 인상적으로 남는 것이 많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 제공

소설을 가무극으로 옮길 때 우려된 점이나, 실제 어려웠던 점은.

김=“스토리의 틀에 갇히지 않고 형식이 만개하는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대로 옮겨지길 바란 장면 두 개가 있다. 서현민이 도쿄대 부속 병원에 갔다 죽은 이상의 환상을 보는 장면, 그리고 이상이 죽을 당시 유학생들이 모여 얼굴에 데드마스크를 뜨는 장면이다. 오 작가에게 말하지 않았는데도 대본을 받아보니 그 장면이 들어있더라.”

오=“이상이라는 사람이 신화로 남을 수 있었던 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번 작품도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명확한 방향을 잡으니 뭔가 안 맞는 느낌이 났다. 작업 과정에서 무용이 영감을 많이 줬다. 작품이 뮤지컬로 소개 되고 있긴 하지만, 노래, 무용, 대사의 비중을 따지자면 ‘무가극’ 정도가 적당하다. 각색 제안을 받았을 때 특정 배우가 중심이 되기보다는 모든 배우가 동등하게 보이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소설 속 3명의 화자가 공연에서는 1인칭 시점으로 바뀌는데.

오=“소설을 읽으며 ‘죽은 이상에게 영혼이 있다면 자신의 얼굴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수많은 사람이 자기 얼굴을 기억하지 않을까, 이상은 그런 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얼굴 얘기를 하고 싶었다.”

김=“재미있는 얘기다. 소설에서는 화자들이 ‘나는 누구인가’를 계속 물어보는 과정에서 이상이 힌트를 주는 존재였다. 나는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글을 썼고, 오세혁 작가는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글을 썼다. 소설은 이상을 규정할 수 없어 1인칭이 아닌 3인칭을 썼다.”

두 사람에게 이상의 의미는?

김=“이상의 작품을 보고 ‘문학은 이해해야 하는 대상이다’는 전제를 버렸다. ‘이해하지 못하는 문학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도전을 불러일으켰다. 이상은 제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인생의 모습을 처음 보여준 사람, 그런 게 문학이라는 걸 가르쳐 준 사람이다. 이상의 수필은 그 시대에 제일 잘 쓴 글이다. 수필은 자신의 맨 얼굴을 드러낸 김해경(이상의 본명)이 썼고, 소설은 김해경과 이상의 공동 집필한 것이고, 시는 이상이 쓴 것이다.”

오=“이상의 ‘권태’를 읽으며 인생이 권태로워지지 않기 위해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상을 읽는다는 건 이상 문학을 읽는 것인 동시에 이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정신을 읽는 것이다.”

소설가 김연수의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을 창작가무극으로 각색한 극작가 오세혁은 "다음엔 '밤은 노래한다'를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 제공
소설가 김연수의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을 창작가무극으로 각색한 극작가 오세혁은 "다음엔 '밤은 노래한다'를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 제공

김연수 작가가 직접 각색할 생각은 없었나.

김=”소설과 영화, 연극은 확실히 다른 장르라 그런 생각은 못했다. 그런데 ‘밤은 노래한다’는 소설로 쓰기에 한계가 있었기에 극으로 각색하고 싶었다. 내부자의 시선에서 소설을 쓰는 건 어려운데 극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다. 오 작가도 각색하고 싶다고 했으니 경쟁자다(웃음).”

오=“그럼 제가 연출을 하겠다(웃음).”

공연을 통해 전하고 싶은 바는?

김="정체성은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얘기가 전달되기 바란다. 공연을 보고 소설적 스토리를 더 즐기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원작 소설이 가이드가 될 것이다."

오=“관객이 무엇인가를 꼭 규정할 필요는 없다. 얼굴이 여러 개여도 된다는 생각을 하며 극장을 나가면 좋겠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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