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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존’에서 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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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존’에서 또 터졌다

입력
2016.09.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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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2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 원정에서 첫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미들즈브러=로이터 연합뉴스
손흥민이 2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 원정에서 첫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미들즈브러=로이터 연합뉴스

“나도 충격 받았다.”

손흥민(24ㆍ토트넘)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24일(한국시간)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미들즈브러 원정경기에서 넣은 두 번째 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환상적인 득점이었다. 상대 왼쪽 사이드를 돌파하다가 수비에 막힌 그는 다시 밖으로 돌아 나온 뒤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 지점에서 볼을 오른발로 감아 차 반대편 그물을 갈랐다. 골키퍼가 꼼짝도 못하는 코스였다. 손흥민은 이날 전반 7분 첫 골에 이어 23분에도 1골을 더 보태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4호 골로 득점왕 경쟁에도 가세했다. 축구 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9.11점을 부여했다.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양팀 최고 평점이다.

특히 모두를 놀라게 한 그의 두 번째 득점은 우연이 아니다. 손흥민이 “그런 슈팅을 하기 위해 매일 슈팅 훈련을 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듯 혹독한 연습의 결과물이다.

손흥민은 여덟 살 때부터 중2 때까지 강원 춘천에서 프로축구 선수 출신 아버지 손웅정(54)씨의 개인지도를 받았다. 중3이 돼서야 실전 경험을 익히기 위해 8개월간 원주 육민관중학교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아버지 손 씨가 제도권 밖에서 개인 연습만 시킬 때 “정신 나갔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이 선수로 뛸 때 기본기가 부족해 늘 고생했던 손 씨는 뜻을 굽히지 않고 어린 손흥민에게 기본기와 슈팅 훈련만 시켰다. 손흥민은 하루에 1,000개가 넘는 슈팅을 때렸다. 그가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랜드 등 세계적인 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어느 위치에서도 발 앞에 볼을 떨어뜨려 놓는 트래핑과 발군의 슈팅 능력이다. 2010년 분데스리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면서 비장의 무기를 하나 더 갈고 닦았다. 여름 휴식기에 귀국할 때마다 페널티 박스 좌우 모서리 45도 지점에서 하루 500개씩 감아 차는 슈팅 훈련을 했다. 그래서 ‘손흥민 존(Zone)’이 탄생했다.

그가 미들즈브러전에서 넣은 시즌 4호골, 지난 11일 스토크시티전에서 작렬한 시즌 2호골 모두 ‘손흥민 존’에서 나왔다. 오른발 뿐만 아니라 왼발도 자유자재로 쓰는 손흥민은 반대편에서 왼발로 감아 차는 슈팅도 일품이다. 그가 프로 생활을 하며 넣은 득점 중 절반 가까이가 이 지점에서 터졌다. 페널티 박스 좌우 45도 부근에서는 경기당 1~2번씩 찬스가 오기 마련이라 기회만 살리면 득점할 수 있다는 게 손흥민의 지론이다.

손흥민이 포체티노 감독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흥민을 이적카드로 분류했지만 최근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들즈브러=로이터 연합뉴스
손흥민이 포체티노 감독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흥민을 이적카드로 분류했지만 최근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들즈브러=로이터 연합뉴스

손흥민은 이날 멀티 득점으로 이적설을 완전히 잠재웠다. 지난 8월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팀 훈련에 늦게 합류한 그는 프리미어리그 개막 후 3경기 연속 결장했다. 개막 직전 독일 볼프스부르크 이적설도 나돌았다. 하지만 스토크시티전 2골, 미들즈브러전 2골로 진가를 입증했다. 얼마 전까지 손흥민을 이적 카드로 만지작거렸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4)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이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은 함께 일하기 좋은 선수다. 정말 기쁘다”고 극찬했다. 영국 주요 언론들도 칭찬 릴레이에 가세했다.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은 “해리 케인(작년 시즌 득점왕. 최근 발목 부상으로 두 달 결장 예상) 없는 토트넘, 손 샤인(손흥민의 별칭) 있어 문제없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손흥민의 볼 터치를 나타내는 그래픽을 보여주며 “손흥민은 지난 시즌 해리 케인 뒤에서 조연 역할을 했지만 올 시즌 케인의 부상이탈 후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풀타임 뛰며 77차례 볼 터치를 했다. 4개의 슈팅 중 2개가 유효슈팅이었고 이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했다. 패스성공률도 90.9%에 달했다.

손흥민은 득점왕 경쟁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현재 세르히오 아구에로(28ㆍ맨체스터 시티)와 미카일 안토니오(26ㆍ웨스트햄), 디에고 코스타(28ㆍ첼시)가 5골로 득점 선두다. 손흥민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멜루 루카쿠(23ㆍ에버턴), 저메인 데포(34ㆍ선덜랜드) 등 6명의 쟁쟁한 선수들과 득점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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