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4월 18일 시작된 미국 프로야구 트리플A(마이너 최상위리그) 포투킷(Pawtucket) 레드삭스(Red Sox)와 로체스터의 레드 윙스(Red Wings) 경기는 미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오래 치른 경기로 기록돼 있다. 토요일이던 그날 경기는 저녁 8시 25분에 시작돼 다음날 새벽 4시 7분까지 32이닝 동안 2대 2로 중단(suspended game), 두 달 뒤인 6월 23일 속개돼 1이닝(33회) 18분 만에 레드삭스의 승리(3대 2)로 끝이 났다. 공식 경기시간은 8시간 25분이었다.
경기는 레드삭스 홈구장인 로드아일랜드 포투킷의 맥코이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8시 예정된 경기가 조명 고장으로 25분 지연됐다. 7회 레드윙스가 선취점을 얻었지만 9회 말 레드삭스가 득점,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21회초 레드윙스가 다시 득점, 끝날 듯하던 경기는 레드삭스의 만회점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간은 자정을 넘겨 부활절(4월 19일) 새벽이 됐다. 리그 규정상 오전(새벽) 0시 50분 이후 새로운 이닝을 시작할 수 없었지만, 주심(Jack Lietz)이 양측 구단 매니저에게 “내 심판 매뉴얼에는 ’0시50분 룰’따윈 없다”며 경기를 강행했다.(NYT, 1981.4.21).
기진맥진한 양 팀 감독은 리그 연맹회장에게 전화까지 걸었고, 회장 직권으로 경기는 32이닝 만에 중단됐다. 매점 음식은 일찌감치 동이 났고, 너무 추워서 선수들은 부러진 배트로 불을 피우고 스타디움에서도 나무 의자로 불을 지핀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홈 구단은 입장 관객 1,740명 중 마지막까지 남은 19명에게 시즌 무료입장권을 선물했다. 새벽에 귀가한 선수 중에는 ‘무단 외박’을 변명하느라 진땀을 흘린 이도 있었고, 한 선수는 어린 조카를 경기에 초대했다가 부모의 실종 신고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양 팀은 고갈되다시피 한 투수진 등 기진한 선수단을 이끌고 다음 날 오후 경기를 위해 11시까지 다시 경기장으로 나가야 했다. 경기가 두 달여 만에 속개된 건 각자 정규 경기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레드윙스가 맥코이 스타디움에서 다시 경기를 치른 게 6월 23일이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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