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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낄] 레드와인이 전립선에 좋다고? 하루 116만병 마셔!

입력
2017.03.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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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전립선암에 좋다는 연구결과는 미국, 칠레 등 신대륙 와인에 밀린 프랑스 와인 업체들이 내세운 역공 전략 가운데 하나였다. 술 자체가 발암물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와인이 전립선암에 좋다는 연구결과는 미국, 칠레 등 신대륙 와인에 밀린 프랑스 와인 업체들이 내세운 역공 전략 가운데 하나였다. 술 자체가 발암물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와인 한 병 꺼낼 때 꼭 이럽니다. “포도 껍질엔 ‘레스베라트롤’이란 게 있는데 말야. 이게 전립선에 그렇게 좋다네. 남자는 늙을수록 레드 와인을 마셔야 해.” 마흔 이후,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라 했던가요. 이런 류의 얘기라면 자랑스러운 우리 전통 먹거리도 절대 빠지지 않습니다. 2011년 한국 연구진은 막걸리에서 항암성분 ‘파르네솔’을 추출해내는 쾌거를 이룩합니다. 이제 남은 건 ‘두 유 노 막걸리?’로 이어지는 K-막걸리 붐인가요.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와인의 경우 실험결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되려면 70㎏ 성인 기준으로 하루에 8,750ℓ를 마셔야 합니다. 와인 1병이 750㎖니까 하루에 116만여병 정도 마셔줘야 합니다. 전립선이냐, 간이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막걸리요? 당연히 하루 섭취량이 13병쯤 되어줘야 합니다. 파르네솔의 항암효과가 이길까요, 하루 13병의 막걸리가 불러올 간암이 이길까요.

식품공학 박사 이한승이 쓴 ‘솔직한 식품’은 허심탄회한 책입니다. 20세기 질곡의 한국 현대사, 21세기 헬조선의 공통점은 ‘불안’입니다. 불안의 해방구는 ‘식도락’입니다. 불안은 대상을 가리지 않으니 음식마저 불안합니다. 허위, 과장, 거짓은 그 틈새를 파고듭니다.

술 정도면 웃어넘겨도 됩니다. 그러나 ‘솔직한’ 책이니 민감한 이슈도 피하지 않습니다.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 했다 그만 난리법석이 벌어진 백수오, 친환경 운동가들이라면 부르르 떠는 유전자변형식품(GMO)과 글루탐산나트륨(MSG) 문제, 이명박 정부를 뒤흔들었던 광우병 사태, 그리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으로 유명해진 DDT와 삼성의 밀수로 널리 알려진 사카린에 대한 오해 등을 차분히 짚어나갑니다. 당연하게도, 널리 알려진 통념과 달리 ‘큰 문제는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2004년 영화 ‘슈퍼사이즈 미’는 30일 동안 맥도날드에서 파는 음식만 먹었더니 그만 ‘성인병 줄줄 달린 돼지’가 됐다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패스트푸드 대신 슬로우푸드, 정크푸드 대신 천연 재료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데 반대 사례도 많습니다. 가령 미국의 존 시스나라는 남성은 90일간 맥도날드 음식만 먹었는데, 몸무게가 17㎏ 줄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249에서 170으로 낮아졌습니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요. ‘슈퍼사이즈 미’는 햄버거 위주로 하루 5,000㎉ 이상 먹었고, 시스나 같은 이는 다른 메뉴까지 섞어서 하루 2,000㎉ 이하 먹었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식사가 많은 미국인들에게 이런 맥도날드 식사는 오히려 다이어트 식단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뭘 먹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입니다. 맛있게, 적당히, 즐겁게 먹으면 0㎈입니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강하다”는 게 결론입니다. 그 강한 몸을 망치는 건, 고작 먹는 거 하나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려 드는 우리의 욕망일 겁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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