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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용노동정책의 우선순위

입력
2018.04.15 18:1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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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실업률이 4.5%로 2001년 3월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도 1분기에 1년 전보다 6.9% 늘었는데, 이는 분기별로는 2010년 이후 최대 규모인데다 최근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어난 비율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고용시장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건설업 경기의 악화, 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 관련 업종의 지속적 위축,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고용의 장기적 축소 등을 현재의 일자리 상황 악화의 요인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면서 일자리위원회를 대표 정책 기구로 내세우며 시작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현재의 일자리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사실 올해는 고용노동정책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최저임금을 지난 5년간 평균 인상률의 두 배가 넘는 16.4%를 적용했고, 그 보완책으로 영세 사업주들에게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을 지원해 저임금계층 고용을 직접 지원하기도 했다. 물론 그나마 실질적 혜택을 보기에는 장벽이 너무 많다는 영세사업주들의 하소연도 나온다.

그러나 영세사업체가 난립해 저임금 고용의 온상이 된 마당에 3조원의 돈을 들여 좀비사업체를 살리는 정책은 시장이 스스로 저임금 구조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게 만드는 모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즉 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고 임금을 한꺼번에 많이 올리면 고용에 충격이 오는 것인데, 임금도 올리고 고용도 유지하기 위한 인건비 지원정책이 일시적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로는 한계기업들을 지원해서 저임금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운 노동시장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복잡하고도 일견 모순된 정책들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두 개의 국정목표, 즉 일자리 정부와 소득주도 성장이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고 본다. 임금도 올리고 고용도 늘어난다면 금상첨화임이 분명하지만 현실에선 상식적으로 임금을 올리려 할 때 저임금 일자리에 실직 위기가 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달성되려면 정부의 상당한 지원책이나 정책적 간섭이 필요하지만 대개 일시적이거나 부분적인 것들이다.

만약 소득주도 성장이 일자리 정부보다 상위 가치에 있는 목표라면 저임금 노동자의 상당수와 그들을 고용한 영세사업주들을 위한 체계적 대비가 필요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뿐만 아니라 600만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안정시킬 수 있는 획기적 대책을 동시에 강구하고 나아가 임금소득, 사업소득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에 대비해 국가로부터 가계로의 이전소득에 해당되는 현금성 복지를 훨씬 더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일자리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보다 더 중요한 목표라면 최소한 일부분이라도 현재 고용축소의 원인으로 인정되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조절하고 자영업자들의 사업체와 그 일자리를 유지시키기 위해 일자리안정자금을 더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나아가 근로시간 단축을 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에게 기계나 로봇 대신 사람을 고용할 경우 대폭적인 지원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청년들에게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추가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저숙련 고령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유인하는 임금체계의 유연화, 즉 호봉제 개선을 위해 노조와 중요한 담판을 시도해야 한다. 현재 공공부문에서 외주화했던 청소ㆍ경비직 인력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득향상을 겨냥해 호봉제를 요구하는 노조와 일자리 안정을 위한 직무급제를 제시하는 정부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정부라는 두 담론 간 우선순위가 정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은 3.0%이고 한국노동연구원이 전망한 임금인상률은 3.8%이다. 둘 다 작년보다 나은 수치다. 반면 최근 나오는 일자리 통계는 기대에 못 미친다. 향후 고용노동정책이 양호한 수치에 기대서 갈지, 부정적 수치들에 주목해서 갈지 궁금하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2018-04-15(한국일보)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2018-04-15(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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