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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준비 없이 던져진 사드 논란, 그만 접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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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준비 없이 던져진 사드 논란, 그만 접는 게 옳다

입력
2015.03.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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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피습으로 사드 논란 돌출

한반도 외교ㆍ안보지형 흔들 현안

국익을 위한 전략적 판단 우선돼야

미국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의 한국배치 논란으로 시끄럽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 와중에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후 연일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어제 청와대가 새누리당의 사드 공론화 요구에 대해 “미국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불필요한 논란으로 우리 안보이익이 심각히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 여부는 한반도의 외교ㆍ안보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당장 북한의 격렬한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하고, 일본 등 주변국에는 군사 재무장을 부추기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한중관계 전반에 심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이런 문제를 치밀하고도 전략적인 숙고 없이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 이후 분위기에 휩쓸려 느닷없이 제기한 것은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 경솔한 행동이었다. 만약 대미 부채의식으로 사드 논의를 꺼낸 것이라면 국가안보를 외교적 흥정물로 전락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드 배치 문제에서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유용한 방어무기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도 갈린다. 지지론자들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가 40㎞ 상공 이하의 저고도 단계에서만 기능하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온전히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주장한다. 미사일발사 징후를 사전 탐지해 선제 공격하는 킬체인(Kill-Chain) 역시 감시정찰과 통신체계, 정밀타격수단 등에서 아직은 허점이 많다. 이런 점에서 40~150㎞의 고(高)고도에서 1차 요격하는 사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반면 반대 측은 북한의 도발주력무기인 장사정포와 단거리 미사일에 사드는 무용지물이므로 한반도 내에선 과도한 무기체계라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비용도 문제다. 사드 포대 1개의 도입 비용은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미군이 주한미군 보호를 위해 오산ㆍ평택 미군기지에 배치하려는 1개 포대는 중부권만 방어 가능하다.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려면 최소 3개 포대가 필요하다. 탐지거리가 반경 2,000㎞에 달하는 조기경보레이더 때문에 자국 군사첩보의 노출을 우려하는 중국의 반대도 설득이 쉽지 않다. ‘전략적 모호성’이 사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지만, 지난달 한민구 국방장관의 발언으로 사드 논의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비쳐진 것부터 크게 경솔했다.

거듭 말하지만 사드 배치는 한반도 안보와 동북아 외교지형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국내적으로도 격렬한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문제다. 내부적으로는 면밀한 검토와 준비를 하되, 표면적으로는 선택을 늦출 수 있을 때까지 늦추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중대한 문제를 모든 준비 및 논의과정을 생략한 채 정쟁의 현안으로 띄우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미국의 공식 협의 요청이 없었다는 정부측 말이 사실이라면 사드 논란은 여기서 일단 접는 게 옳다. 우리가 먼저 급하게 나서 스스로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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