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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는 왜 '신사동'서 그 사람을 기다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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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는 왜 '신사동'서 그 사람을 기다렸을까

입력
2015.1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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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맵 음악으로 그린 서울 지도

이진성 외 지음

라임북 발행ㆍ256쪽ㆍ1만4,000원

‘희미한 불빛 사이로 마주치는 그 눈길 피할 수 없어~’. 1988년 선풍적 인기를 모은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 노랫말이다. 가사 속 여인은 왜 이름도 모르는 남자를, 자정 넘어 새벽으로 갈 때까지 ‘신사동’에서 기다렸을까. 1980년대 강남은 지금처럼 젊음의 유흥가가 아니었다. 나이트, 룸살롱, 스탠드바가 하루에도 몇 개씩 생겨날 정도로 불야성을 이룬 성인들의 놀이터였다. 이를 반영하듯 당시 트로트엔 강남이 자주 등장한다. 문희옥도 1989년 발표한 ‘사랑의 거리’에서 남서울 영동을 노래했다.

문화는 거리에서 태어난다. 노래 속 장소에 집중한 이 책은 거리의 문화를 음표에 실은 것이 대중가요라고 말한다. 압구정ㆍ이태원ㆍ대학로ㆍ신촌ㆍ홍대 등이 노래에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 1950년대 이후 특정 장소에서 나온 음악의 역사는 어떤지를 파고든다. CBS 라디오PD 등이 2013년 제작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음악을 통해 살펴본 달라진 서울의 문화지도는 흥미롭다. 강북은 강남에 대해 더는 부러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반사적 공간이 아니다. 왁스는 2001년 ‘강북에 산다’로 ‘강을 건너 보니 여긴(강남) 딴 세상이야’ ‘여기저기 둘러봐도 내가 제일 약해 보여’라고 노래했지만, 요즘엔 다르다. 10여 년만에 강북은 여유와 낭만이 흐르는 운치 있는 장소가 됐다.‘그늘 곁에 그림들은 다시 웃어 보여줬’다는 에피톤프젝트의 ‘이화동’(2010)과 양영호의 ‘비 오는 삼청동’(2013)등이 그 예다. 현인의 ‘서울야곡’(1950)과 이장희의 ‘그건 너’(1973)의 배경이 된 당시 명동과 종로 얘기를 읽다 보면 해방 후 젊음의 거리 변천사가 활동사진처럼 보인다. 나훈아의 ‘고향역’으로 돌아보는 1970년대 영등포 공단지역, 윤수일의 ‘아파트’로 듣는 1980년대 잠실 아파트촌에 대한 동경은 이 시대를 겪었던 이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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