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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 국산 ‘눈’ 개발 첫 단추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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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 국산 ‘눈’ 개발 첫 단추 끼웠다

입력
2017.07.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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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레이더 시제품 완성

미국 기술지원이 성공 관건

13일 경기 용인시 한화시스템 용인 레이더연구소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입증 시제 공개 행사'에서 연구원들이 AESA 레이더 근접전계 챔버에 설치된 레이더를 살펴보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13일 경기 용인시 한화시스템 용인 레이더연구소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입증 시제 공개 행사'에서 연구원들이 AESA 레이더 근접전계 챔버에 설치된 레이더를 살펴보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한국형 전투기(KF-X)의 눈에 해당하는 전자식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국산화 사업이 첫 단추를 끼웠다. AESA 레이더 개발은 전투기 국산화 사업의 난제 중 하나로 꼽혀 왔다. 그러나 KF-X 사업 최종 성공 관건은 결국 미국의 기술 지원이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다.

방위사업청은 13일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아래 방위산업체인 한화시스템(옛 한화탈레스)이 개발한 AESA 레이더 ‘입증 시제’를 공개했다. 입증 시제는 AESA 레이더 하드웨어 개발 역량이 국내에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미리 만들어보는 일종의 테스트 제품이다. 입증 시제를 토대로 전투기 기체 앞부분에 실제 장착되는 ‘탑재 시제’가 제작된다.

AESA 레이더는 우리 공군의 기존 전투기들이 장착한 기계식 주사배열(MSA) 레이더와는 달리 전투기 방향을 바꾸지 않고도 레이더 빔 방사각을 조절하며 광범위한 전장 환경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다. 동시에 탐지ㆍ추적 가능한 표적이 수백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개된 입증 시제는 하드웨어 가운데서도 안테나와 전원 공급장치로만 구성돼 있다. 청와대와 합동참모본부, 공군, 국방기술품질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달 28~29일 진행된 1차 점검에서 ‘AESA 레이더의 국내 개발 지속 추진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ADD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ADD는 9월 레이더 입증 시제를 이스라엘 방산업체인 엘타사(社)로 보내 송수신 장치와 통합하고 지상ㆍ비행 시험을 통해 2차 성능 점검을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ADD는 엘타와 400억원대 기술 협력을 체결했다. 엘타의 선진 레이더 기술을 습득한 뒤 2019년 공대공(空對空)모드, 2021년 공대지(空對地)ㆍ공대해(空對海)모드 레이더 시험 개발을 마무리한다는 게 ADD 계획이다.

시제 개발이 끝난 만큼 후속 과제는 실제 기체에 매달 탑재 시제 개발이다. ADD는 2022∼2026년에는 KF-X 시제기에 국산 AESA 레이더를 탑재해 시험한다는 구상이지만, 입증 시제를 KF-X 기체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군 주변에서는 나온다.

AESA 레이더를 우리가 자체 개발키로 한 건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해서다. 우리 공군 차세대 전투기(F-X)로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한미가 합의한 절충교역(군수품 판매 대가로 수출국이 수입국에 기술 이전 등 혜택을 주는 것) 조건 중 하나인 체계통합 기술 이양을 지난해 미국이 거절하면서 제3국 기술 구입 방식의 자체 개발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시작된 AESA 레이더 개발 사업엔 2026년까지 약 3,600억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미국 기술 없이 KF-X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다. 동맹국인 한미 양국 전투기의 상호 운용성을 고려할 때 KF-X도 미국산 무기로 무장하게 될 공산이 크지만, 미국의 전투기 개발 관련 기술 이전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정부가 일단 공대공 무기체계 관련 자료를 유럽 업체로부터 받기로 최근 결정한 것은 이에 따른 고육책이다. 사업단 관계자는 “유럽 업체들로부터 자료를 넘겨받는 동시에 미국의 공대공 무기체계 자료 이전 절차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KF-X 개발 비용 20%를 부담하는 인도네시아가 이슬람권 국가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슬람권 국가가 참여하는 전투기 개발 사업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KF-X 사업은 우리 공군의 노후 전투기 F-4와 F-5를 대체하고 미래 기반 전력이 될 국산 전투기 120여대를 2028년까지 개발하는 사업으로 규모가 8조8,000억원에 이른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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